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만큼 호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불안까지 겹쳐 종합주가지수가 조정권을 맴돌자 중소형주와 단기테마를 중심으로 한 투기성 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4.37포인트(0.52%) 떨어진 835.50포인트로 마감했다. 그러나 지수하락 속에서도 상승종목이 상한가 50개를 포함해 399개에 달해 하락종목수 361개(하한가 5개)를 웃돌아 개별종목 장세를 보였다. 특히 의약품 업종의 경우 조류독감 확산이 모멘텀으로 작용해 업종지수 상승률이 112.56포인트(9.3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수산주와 제약주 등 조류독감 테마에 의지한 종목군의 상승세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개별종목 수익률 게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약주 등 단기테마 형성 종목군 오름세 두드러져=지수하락에도 불구하고 낙폭과대 메리트를 보유한 종목과 테마를 형성하고 있는 종목들은 이날 두드러진 오름세를 보였다. 의약품업종의 경우 사스와 조류 독감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한가 19개종목을 포함해 46개 전종목(우선주 포함)이 모두 상승하는 초강세를 보이며 5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조윤정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염병이 확산된 데 따른 백신과 치료제 등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제약주가 테마를 형성하면서 상대적으로 강세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주가의 절대가격이 작은 종목들에 투기성 매수세가 유입된 점도 의약품 업종 지수의 상승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카드와 수산주의 강세도 이 같은 투기성 매수세의 유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LG카드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6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으며 대림수산 등 수산주들도 조류독감 여파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는 강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강세를 보인 정보기술(IT) 대형주 등의 가격부담과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 이어 G7회담을 앞두고 환율변동 등의 잠재적인 부담으로 투기성 매수세가 테마를 형성하고 있는 종목군에 몰리면서 급등을 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석생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수세는 테마주로 낙폭과대 메리트를 보유한 종목군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G7회담에서 아시아 통화의 절상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매수세가 중저가주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수반등을 이끌 모멘텀 부족 현상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 절상압력보다 반등을 이끌 모멘텀 부족에 더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1월 랠리의 원동력이었던 기업실적 발표이후 주요 경제지표들이 시장예상치보다 낮게 발표되고 있는 점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증시에 영향력이 높은 미국의 ISM제조업지수와 GDP 성장률이 7개월만에 시장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조사됐다. GDP는 4.0%, ISM지수는 63.6%로 시장전망치보다 각각 1.0%포인트, 0.4%포인트 못미쳤다.
이번주내 발표될 경제지표로는 오는 6일로 예정된 실업률 등이 있지만 이 역시 예상치보다 호전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재환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 경제지표들이 최근 예상치를 밑도는 등 모멘텀 약화 조짐이 일고 있어 증시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소형 우량주 중심의 대응 전략=전문가들은 지수가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도할때까지 경기와 환율 등 변수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중소형 우량주에 대해 관심을 높일 것을 권했다. LG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시가총액 4,000억원 미만 종목중 지난달 1일 종가가 지난 3ㆍ6개월 평균가격 이하인 종목중 실적 안정성이 우수한 종목으로 대웅제약과 SKCㆍF&Fㆍ세종공업ㆍ대상 등을 꼽았다. 코스닥 등록기업으로는 이랜텍과 LG홈쇼핑ㆍ진성티이씨ㆍ디지아이ㆍ나라엠앤디 등을 선정했다.
김중곤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중소형 우량주는 시장이 방향성을 띠기 전까지 순환매와 가격 메리트로 인해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며 “순환매 유입 가능성을 배제하더라고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돼있는 만큼 저가매수의 관점에서 접근해도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