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십자각 >

양조장 주인들이 뿔난 이유는 /생활산업부 박현욱 차장 프랑스 와인병 라벨에는 포도 수확연도나 생산지등이 찍혀 있는데 보통 라벨에 적힌 제조지역이구체적으로 표시될수록 고급와인이다. 이를테면 보르도 지방에서도 생 줄리엥 지역의 OO 와이너리(양조장)라고 표시된 와인이 보르도 정도로만 적힌 것 보다 훨씬 비싸다. 프랑스 와인은 소비자들이 우선 라벨을 보고 판단해야 할 만큼 와인 양조장의 수도 많고 와인도 다양하다는 얘기다. 우리 술도 막걸리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지방마다 각기 다른 맛과 특색을 갖고 있다. 술 산업의 다양성만 따진다면 유럽·일본 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막걸리시장의 터줏대감격인 중소 영세 양조장들이 근근이 술을 빚어온 덕분이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발을 들여놓으면서 중소업체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이 중소업체의 막걸리를 받아 유통 판매하는 것이 막걸리의 다양성과 시장 파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작 대기업과 연이 닿지 않는 중소업체들은 함께 조합을 만들고 어깃장을 놓을 태세다. 지금은 대기업들이 유통만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직접 제품 생산에 발을 들여 놓을 것이고 이는 결국 지방 중소업체들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일견 대기업의 줄에 서지 못한 초조함에서 나온 분풀이쯤으로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 중견 막걸리업체가 대기업 손에 순식간에 넘어간 것을 보고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놓는 중소업체 대표의 말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또 대기업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순 유통보다는 대량 생산체계를 갖추고 제품가짓수를 대폭 줄여 맛·품질의 표준화에 나설 것이란 주장도 억측은 아닌 듯하다. 최근 막걸리 시장부흥을 위해 대·중소기업과 관련부처 당국자가 모인 자리에서 전통적 제조법과는 한참 동떨어진 방법으로 손쉽게 막걸리를 만드는 방식이 대기업에 의해 제기됐었다는 소문들은 근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중소업체들의 불만표출이 또 다른 대-중소기업의 갈등으로 번질 경우 모처럼 일고 있는 막걸리 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문제를 일단 덮어놓고 보자는 식의 임시 방편이나 단기간 시장을 키우는 데만 급급한 정책은 막걸리 부흥에 절대 도움이 안될 것임은 분명하다. 시장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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