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빛의 입자인 광자를 응결시키는데 성공했다.10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하버드대 물리학과의 알렉산더 지브로프 교수팀은 빛의 광자를 10~20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동안 매우 안정된 상태로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진공상태에서 초속 29만9,000㎞의 속도를 내는 빛을 루비듐이라는 기체에 통과시켜 속도를 0으로 만드는 실험은 2001년 1월 이미 성공했지만, 당시 광자는 기체의 원자에 흡수돼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반면 이번 실험에서는 광자와 빛 에너지가 그대로 보존됐다.
지브로프 교수팀은 2001년의 실험과 똑 같은 방법으로 일단 빛을 멈추게 했다. 여기에 서로 다른 광선 2개를 쏘았더니 빛의 간섭현상 때문에 수많은 거울이 생긴 것 같은 효과가 생겼다. 이 가상의 거울에 광자들이 부딪힌 뒤 튕겨 나가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광자들이 한정된 공간에 응결된 것 같은 상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약 10~20 마이크로초가 지나자 빛은 복구돼 원래의 방향과 속도로 다시 나아갔다.
BBC는 인간이 부분적으로나마 광자를 통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빛에 정보를 저장하는 양자 컴퓨터 개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양자 컴퓨터는 현재의 슈퍼 컴퓨터로 수백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몇 초 만에 실행할 수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