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부동산 10대 뉴스
연이은 악재속 힘겨웠던 한해
한 세기를 마감하는 해가 저물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희망속에 출발했던 경진년 한해는 많은 고난과 시련만 남긴채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고 있다. 2000년 부동산시장 역시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는 한해였다.
특히 희망보다는 고통이 더 많았던 2000년은 업계나 소비자들에게는 우울한 한해로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빛은 어둠 속에서 밝음을 더하는 법. 2001년이 암울하지만 않은 것도 그때문이리라. 올 한해 부동산시장의 10대뉴스를 정리한다.
준농림지 폐지
연초부터 불거져 나온 난개발 논란은 준농림지 폐지라는 정부의 대책으로 이어졌다. 준농림지는 주택업체들에게는 수도권 최대의 택지공급원. 준농림지 폐지는 업체들의 신규공급 위축은 물론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
300여만평에 대한 아파트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묶인 것. 이는 또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주변 준농림지 땅값 폭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판교신도시 논쟁
연초부터 불거져 나온 판교신도시 개발은 당-정, 개발론-환경론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핫 이슈였다. 그동안 물밑에서 거론되던 판교신도시 개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택지구득난에 허덕이던 주택업계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
하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대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에 부딪쳐 한해가 저물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채 뜨거운 논쟁만 거듭되고 있다.
소고대저
올해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서 유행처럼 번진 말이 바로 소고대저(小高大底).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그동안 가수요가 몰려들어 값이 올랐던 대형아파트 프리미엄은 수천만원의 가격 폭락이 이어지면서 거품이 빠진 반면 상대적으로 수요층이 탄탄한 20~30평형대 아파트는 꾸준한 인기를 유지한데서 나온 말이다.
이 때문에 소형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이 오히려 대형아파트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일반화되기도 했다.
건설업계의 몰락
30여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건설업계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켰을뿐 아니라 올해 우리 경제 전체를 뒤흔들며 침체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여기에 한때 우리 건설업계를 대표하던 동아건설, ㈜우방, 우성건설, ㈜한양 등의 퇴출결정은 건설업계를 깊은 나락으로 빠뜨리면서 업계의 존립기반까지 흔들었다.
월세임대 각광
월세임대가 고수익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집주인들은 전세로 주택을 세놓아 목돈이 들어와도 시중예금 금리가 한자리수에 머무르는 등 굴릴데가 마땅치 않자 전세가격기준 월 1.2~1.5%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월세임대로 대거 돌렸다.
월세임대확산은 전세물건 품귀로 이어져 서민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매매 거래 실종
경기 침체는 부동산시장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거래가 일년내내 멈춰버린 채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중개업소들이 개점휴업상태를 맞았다.
거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98년말 이후 오름세를 보이던 집값은 하반기들어 내림세로 돌아섰고 신도시 일부지역에서는 수천만원의 집값 하락을 겪었다.
재건축 수주경쟁 과열
일감이 줄어들면서 주택업체들은 재건축 수주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강동구 암사동 강동시영아파트등 굵직한 대규모 단지들의 경우 흑색선전이 난무하는등 대형업체간 혼탁ㆍ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강남지역의 웬만한 아파트면 이주비가 1억원을 넘어섰으며 심지어 3억원이 넘는 단지까지 속출하는등 이주비 인플레이션 현상을 빚었다.
청약양극화 현상 심화
지난 5차 서울지역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된 동부이촌동 LG한강빌리지 27평형의 경쟁률은 362대1. 역대 서울동시분양 사상 최고경쟁률이다. 이보다는 못미치지만 올해 서울지역 동시분양에서는 경쟁률 100대1이 넘는 아파트가 속출했다.
이 같은 기록이 쏟아진 것은 바로 인기단지ㆍ업체에 대한 청약집중 현상에서 비롯됐다. 특정 아파트에만 청약이 몰리면서 지역ㆍ업체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외국인들 큰 손으로 부상
2000년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외국계 부동산펀드들이 국내 대형 부동산의 가장 중요한 매입세력으로 자리잡은 해이기도 하다. 올한해 파이낸스센터, 아시아나빌딩, 벽산125빌딩 등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빌딩들이 잇따라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
외국자본의 국내 빌딩 매입은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헐값에 국내 부동산을 넘겼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핸드폰컴퍼니 난립
올연말 전국의 일반건설업체수는 97년말 3,900개의 두배가 넘는 7,920개. 수주환경은 악화되는데도 업체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이는 일반건설업 면허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된데 따른 것.
껍데기뿐인 핸드폰 컴퍼니, 페이퍼컴퍼니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업계의 총 수주규모가 작년보다 6조원 증가한 57조원을 기록했음에도 업체당 평균 수주액은 74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갔다.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