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7월 14일] 다시 출발선에 선 이명박정부

이명박 정부가 출발선에 다시 섰다. 정부 출범 107일 만에 내각이 총 사퇴한 후 한 달 가까이 끌어온 국정 공백이 장관 세 명 교체라는 소폭 개각으로 마무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경제부처 장관들을 앞세워 경제를 살리는 데 더욱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견 당연한 이런 행태는 대통령과 우리 경제에 득보다 해독이 훨씬 큰 덫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지난 2003~2007년) 세계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무역의존도가 80%를 넘는 우리 경제는 세계적 호황의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기간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로 세계 전체의 그것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고 역동적인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이는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경제하려는 의지를 북돋우며 법치를 확립하는 등 세계화 시대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했다면 세계적 호황에 힘입어 기간 중 평균성장률이 1~2%포인트는 족히 높아졌을 것이다. 언론에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 것도 이런 좋은 기회를 날려 보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과장된 표현이었다. 세계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못 심각한 경기후퇴로 돌아섰다. 후퇴국면은 적어도 올해 말 혹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침체국면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타격을 많이 받게 돼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잠재성장률을 대충 5%라고 보면 해외충격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3~4%로 낮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범상하게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에 이명박 정부의 비극이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뽑아 줬는데 뭐야”라고 국민들이 등을 돌릴까 두렵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7ㆍ4ㆍ7 공약은 이룰 수 있다는 오기와 확신도 깔려 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양치기소년 같은 변명과 개발연대식 관치와 대운하에 대한 미련이다. 3차 석유파동이니 경제위기니 하면서 대통령과 정책당국이 나서서 집권 초반은 계획치를 밑돌겠다고 변명을 한다. 환율과 물가를 관리하러 들고 금리에 수시로 훈수한다. 대운하는 잠시 보류한 것 뿐이며 기회를 봐 성장동력으로 쓸 수 있다고 운을 뗀다. 일찍이 존 케인스는 웅덩이를 팠다가 다시 메우기만 해도 국민소득이 늘어난다고 했다. 범국가적인 수요증대효과를 내는 데 대운하만 한 프로젝트가 어디 있겠는가.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허풍과 7ㆍ4ㆍ7 공약의 멍에에서 벗어났어야 했다. 어차피 지지도가 1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더 돌릴 국민들의 등도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1~2%포인트 낮다고 해서 경제가 죽는 것이 아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단기에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1~2%포인트 높아진다고 해서 경제가 사는 것도 아니다. 7ㆍ4ㆍ7 공약은 장밋빛 캠페인 공약일 뿐 애초에 실현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잘못이 모두 제 탓”이라면서도 강만수 장관을 유임시킴으로써 ‘제 탓’을 고칠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참으로 잘못된 일이다. 경제를 안다고 자처하고 경제를 관리하려는 것이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의 공통된 행동 양식인 바 이는 개발시대에나 통할 선무당의 행태다. 시장과 건전 보수가 등을 돌릴 이런 행태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 경제정책의 목표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7ㆍ4ㆍ7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하고 자율ㆍ개방ㆍ개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운용방식은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켜 시장경제 마인드를 갖춘 경제부총리가 통괄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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