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드득 빠드득 이를 간다"고 하면 '같이 자는 사람이 피곤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또 '코골이'처럼 유난스러운 잠버릇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갈이는 단순한 버릇이 아니다. 치아나 턱관절,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다. 이갈이는 잠잘 때 이를 갈거나 치아를 무는 것을 말한다. 7~10세 어린이 때 일시적으로 이를 갈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성인이 돼서도 이갈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악무는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긴장하면서 이갈이를 한다. 90%는 수면 중에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데 평소 깨어있을 때보다 5~6배나 되는 큰 충격을 치아에 미친다. 힘도 그렇지만 방향은 더 큰 문제다. 씹는 근육은 위아래에서 가해지는 힘에 맞춰졌다. 딱딱한 음식을 먹을 때는 힘들지 않다. 그러나 이를 갈 때는 좌우로 힘이 가해진다. 평소보다 큰 힘이 좌우로 몇 시간 동안 치아와 얼굴 근육을 못살게 구는 셈이다. 치아는 마모돼 찬물만 닿아도 시리고 통증이 나타난다. 심하면 치아를 싸고 있는 보철물까지 손상을 입게 된다. 밤새 시달린 얼굴 근육은 아침에 일어나면 묵직하고 뻣뻣한 느낌이 들고 덩달아 턱관절도 아파 입을 벌리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이를 갈까. 한때는 윗니와 아랫니가 정상적으로 맞물리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직접적 관련성은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많게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가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연구도 있다. 그 외에 약물 부작용, 중추신경계 장애 등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히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원인도 분명하지 않은데 치료법이 있을 리 없다. 다만 이갈이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법은 '스플린트(턱관절 안정장치)'라는 치아 보조기구를 끼는 것이다. 윗니(또는 아랫니) 전부를 덮어 보호해주면 아랫니(또는 윗니)는 치아보다 강도가 약한 스플린트와 맞닿아 마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스플린트는 환자가 쉽게 끼고 뺄 수 있어 잠잘 때만 끼면 된다. 치아와 근육을 괴롭혔던 힘이 점차 줄어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끼는 뻐근함도 줄게 된다. 다만 스플린트는 계속 닳기 때문에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조정을 받아야 한다. 이갈이가 너무 심해 스플린트 장치가 끊어지거나 중추성 장애에 따른 이갈이라면 씹기 근육 등에 보톡스를 주입해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갈이는 완치가 힘들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적절히 대처하면 크게 힘들지 않은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또 턱에 통증이 느껴질 때는 초기에 따뜻한 수건으로 통증 부위를 마사지해주고 딱딱하고 질긴 음식은 가급적 피하면서 바른 자세와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도록 점검해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