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제7차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참석을 위해 6일 출국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데뷔 무대인 이번 회의에서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중국, 일본 등 12개국 정상과의 전체회의, 한ㆍ중ㆍ일 3국간 정상회담 등 총 20개의 공식행사에 참석한다.
노 대통령이 출국인사에서 언급했듯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협력 필요성은 점점 더 긴요해지고 있다. 지난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최근의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역내 무역ㆍ투자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동아시아 협력구도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한ㆍ중ㆍ일 3국간 정상회담이다. 당면한 현안이 많은 데다 상당수 의제에서 각국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외교적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의제는 북핵문제이며, 이와 함께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환율 문제도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핵문제의 경우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중재역을 자임하는 중국과 대북수교까지 연계시키려는 일본의 입장이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는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
3국간 FTA 체결과 환율 문제는 각국의 정치ㆍ사회ㆍ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쉽사리 합의되기가 어렵다. FTA는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고 우리가 가장 소극적인 반면, 환율문제는 일본이 공세적이고 중국이 수세적인 입장에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두 분야에서는 3국간 공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국간 정상회담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이 바로 `3자 위원회`의 설치다. 이 위원회가 설치되면 무역과 투자, 정보기술(IT), 환경보호, 재해방지, 에너지 개발, 금융시장 안정, 과학기술, 관광 분야 협력과 인적ㆍ문화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3국간 협력사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북아시대`를 표방하며 한ㆍ중ㆍ일 협력의 교량역을 자임해온 노 대통령으로선 이번 아세안+3 회의는 자신의 구상과 실천방안을 재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게 되는바 주요 현안에 대해 외교적 역량을 잘 발휘하기 바란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