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의 지난 10월말 현재 자기자본은 2,000억원. 총수신 2조7,000억원, 총여신 1조6,000억원, 총자산 3조5,000억원으로 이 지역의 중추적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BIS 비율은 연말 기준 13.65%. 이는 미래상환능력(FLC) 기준을 감안한 것으로 국내 최상위 수준이다. 이에 만족치 않고 5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도 추진중이다. 무수익여신비율, 부실여신비율은 각각 9월말 현재 5.5%, 0.9%로 시중은행 평균 6.1%, 2.8%보다 훨씬 좋은 수준. 올해 350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되며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각각 1.7%, 26%에 달해 국내 은행중 상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행이 이처럼 질적·양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박찬문(朴贊文·사진)행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朴행장은 지난 95년 행장 취임 이후 원칙에 입각한 소신있는 의사결정으로 오늘의 전북은행을 만들었다.
전북은행은 과거 대우와 5,000만달러 규모의 D/A 거래를 해왔다. 가만히 앉아서 거액의 외환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기회였지만 朴행장은 이를 줄이기 시작했다. 거래 규모가 은행 능력을 벗어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무리 우량한 기업이라도 생사를 함께 할 수는 없다』는 朴행장의 생각 덕분에 이 부분은 지난 11월말 현재 원화기준 5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전북은행의 한 직원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왜 한도를 왜 줄이느냐고 아우성쳤지만 결국 행장이 반대했다』며 『지금 대우사태로 많은 은행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이같은 관리 위주의 경영 덕에 전북은행은 은행권에서 대우 여신이 제일 적다. 지난 8월 현재 대우 여신은 80억원에 불과하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성자동차에 대해서는 아예 한푼도 꿔주지 않았다. 현금흐름이나 기업신용등급이 낮으면 재벌그룹 계열사라도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았고 거래를 포기하더라도 기존 여신을 줄여온 결과다.
전북은행은 예나 지금이나 소매금융 전문 지역특화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특성을 살려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는 집중 공략하고 도매금융등 시중은행과 경합하는 분야는 지양하고 있다. 거액 여신은 될 수 있으면 줄이고 지역 중소기업대출이나 주택자금, 가계자금 대출에 중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 패턴을 보면 전북은행은 지방은행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의 경제규모는 전국의 2%에 불과하다. 그나마 군산, 익산, 전주를 빼면 이렇다 할 공장이 없다. 영업기반 자체가 협소해 장사할 대상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이 시장에서 전북은행은 2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당장 대구은행이 자기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낮은 수준이다. 금융계에서는 전북은행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여 규모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북은행은 2003년 도내 시장점유율 50%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차별화 상품개발, 맞춤금융서비스등 소매금융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지역개발사업에 대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적극 지원하는등 지역특화업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기석기자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