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악성 경기침체' 진입했나

자산 디플레-물가는 인플레…부동산시장 급랭 곳곳서 경착륙 조짐<br>유가상승 영향 물가는 천정부지 치솟아

‘자산은 디플레이션, 물가는 인플레이션.’ 우리 경제가 자산가격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악성 경기침체’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은 이미 하강국면에 들어섰으며 ‘경착륙’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착실히 돈을 모아 저축해도 금리가 워낙 낮아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자산 규모는 점점 줄고 있다. 증시도 맥을 못 추고 그래서 주식투자 손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 그러나 가장 큰 우려는 부동산 버블 붕괴다. 이미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수로 쓰이는 주택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이달 들어 서울의 경우 47.9%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동기의 53.4%보다 5.5%포인트 낮아진 것. 전문가들은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자산가치 급락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공급이 과잉상태라는 점이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몇년간 실제수요에 비해 과다하게 분양된 물량이 현재 완공단계에 진입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2~3년간은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의 흐름이 막혀 있다는 점도 부동산 급락 시나리오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전세가격을 올리기 위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한 돈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최근 내수부진 등으로 인해 가계는 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상황. 결국 빚을 갚기 위해 부동산을 급매물로 내놓거나 심지어 경매에 부쳐지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이미 금리인상 시기에 들어간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억제한다고 해도 금융시장이 글로벌화된 만큼 CD금리 등이 올라갈 가능성은 크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몇년간의 부동산 호황은 부채로 지어진 ‘사상누각’의 측면이 커서 금리가 올라갈 경우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부동산 하락 우려가 ‘부동산 불패신화’와 ‘강경한 부동산 억제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최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현재 부동산 거래가격은 시장정보로서 가치가 별로 없다”며 “문제는 (수출-내수 단절 등으로) 수익창출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돈이 말라붙은 가계에 억제됐던 가격하락 압력이 한꺼번에 작용할 경우 급매물이 쏟아지는 등 급격한 조정(경착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비해 유가상승 등으로 인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등에 반영되는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올초 3%대에서 6월 6.8%까지 급등했다. 원재료 및 중간재물가 상승률도 최근 두달 동안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아직 3%대에 머물고 있지만 이 같은 생산자물가와 원재료물가 상승으로 머지않아 5%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자산 디플레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자산가격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현상은 경기침체의 가장 악성의 형태”라며 “내수침체가 자산 디플레, 물가 인플레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내수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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