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자금 수사와 기업

최근 발생한 정치자금 사태와 관련하여 정치권을 비롯한 기업들 전반에 걸쳐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번 기회를 통하여 그 동안 악습으로 평가되어 왔던 정치자금의 불법모집과 정경유착의 뿌리가 발본색원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금번 사태와 관련하여 우려되는 점은 검찰수사가 정치권과 기업들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진행되는 경우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치범이나 사회질서범 등과 같은 범죄자들에 대하여는 형법 이외에는 다른 통제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하여는 직접적으로 형법을 적용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여 왔다. 그러나 경제범죄인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즉, 경제사범인 경우 이들에 대하여는 형법 이외에도 경제규제법이나 회사법 등과 같은 통제수단이 제도적으로 철저히 마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형법을 적용하는 경우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커다란 파급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 각국은 이러한 경제사범에 대하여는 형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좀더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세계 각국의 현실이다. 물론 경제범죄 중 개인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 개인적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형법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경영자로서 기업의 유지와 경영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실행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까지도 일반범죄와 동일한 시각에서 이를 형사처벌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는 선진 각국 모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형법이란 원래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수사상 필요에 따라 인신구속이 전제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가능한한 다른 제재수단이 있으면 이를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이러한 제재가 실효를 거둘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 이미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영행위로 인하여 발생된 범죄에 대하여는 보다 더 철저히 이러한 보충성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형법의 기본원칙은 이미 무너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심지어는 금번 정치자금 사태와 관련하여 정치권보다는 오히려 기업들에게 검찰의 수사가 집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져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도 이미 주지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치자금과 관련된 수사가 정치권과 기업들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그 처벌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분명 현재의 우리의 경제현실을 무시한 법집행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 수 있다. 더욱이 만에 하나 금번 사태가 정치권에는 면죄부를 주고 기업들에게는 족쇄를 채우는 방향으로 수사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분명 우리 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밀어내는 형국이 될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WTO 체제하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정부나 사법부가 시장행위 및 경제행위에 대하여 개입 및 사법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에 금번 정치자금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과 검찰은 정치권과 기업들을 동일한 기준을 놓고 그 처벌성 여부를 논하여서는 안될 것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권에는 면죄부를 주고 기업들에게는 족쇄를 채우는 방식으로 수사가 이루어 져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법원과 검찰의 현명하고 원칙에 입각한 법집행이 요구되는 때이다. 부디 검찰과 법원이 본연의 자세에서 원칙에 충실한 법집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기업법연구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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