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 위기의 돌파구로 핵 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그 여파로 한국의 경제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원(IIE)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핵 무장을 하려 하고 있으며, 이 점으로부터 핵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손성원 부행장은 “북한 핵 문제가 한국의 최대 국가 리스크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해외투자 감소, 내수 부진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저명한 두 분석가를 통해 북한 문제와 한국 경제를 진단해본다.
북한이 한국의 국가 리스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외국인들은 그들이 최고의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 사람 모두가 미국과의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길 희망하고 있다.
북한이 다자간 회담에 참여했지만, 그것은 어렵고도 긴 여정이 될 전망이다. 미국도 북한이 진정으로 협상에 임했는지, 핵 보유 국가가 되기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과거 역사를 보면 협상이 조기에 결렬돼 한반도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단행한 가격체제 개혁이 실패해 내부로부터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북한 정권은 이 불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도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보다는 북한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라크는 분명하게 승자와 패자가 분명했기 때문에 간단히 끝났는데, 한반도의 경우는 더 위험하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어렵다는 것을 북한이 잘 알기 때문에 핵무기를 고집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북한을 걱정하는 반면에 한국인들은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내수 확대에 힘입어 6.2%의 건실한 성장률을 달성했지만, 올 들어선 수출과 내수가 모두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한국 경제에 주는 영향은 외적 문제와 내적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외부적 문제는 해외 투자자들이 불안한 한국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많이 투자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조금 오르다가도 힘없이 내려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번에 한국에 갔을 때 젊은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6.25도 북한이 도발했고, 미얀마 아웅산 사태에서 대통령을 시해하려 한 쪽도 북한이 아닌가. 한국인들이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인들의 이런 분위기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경계하고 대비할 경우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드는데,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태평한 분위기가 해외에는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내부적 문제는 주식시장이 불안하고,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국 사람들이 해외로 돈을 빼돌릴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한국 기업들 스스로도 국내에서 투자하는 것보다 해외에 투자하는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연말까지 인력을 고용하려 하지 않고 있다. 전쟁을 겪은 나이든 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금을 사든지, 달러를 사든지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걱정하는 것을 들었다. 이런 걱정은 내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올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들이 제거되고, 정부의 재정지축 확대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같은 가운데 북한 핵 문제, 기업의 회계 부정사건, 재벌에 대한 조사 확대, 소비자 신용 파산 등이 경제의 활력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성장은 하되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4%대에 머물 것으로 본다.
(손성원은 누구)
한국 출신 미국 금융인으로 웰스파고 은행에서 부행장겸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다. 피츠버그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백악관 경제비서관으로 일했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거쳐 노웨스트 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다가 그 은행이 웰스파고 은행과 합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블룸버그 매거진은 그를 `2001년 최고의 정확한 경제예측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