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따로 국밥

음식문화가 척박하기로 유명한 대구에서 그나마 대표적인 음식을 들라면 단연 ‘따로국밥’을 꼽을 수 있다. 뼈를 종일 푹 곤 뒤 선지 덩어리를 섞어 뻘건 고추기름을 가득 덮은 국물에다 밥을 척척 말아 알맞게 익은 깍두기를 곁들이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그 맛이 일품이다. 따로 국밥은 말 그대로 국과 밥이 따로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장기를 대구에서 보낸 필자는 시내에서 가장 유명했던 따로국밥집의 따로국을 큰 냄비로 퍼날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는 따로국밥 심부름을 가끔 시키셨다. 지금보다 몸이 훨씬 더 가볍고 날랬던 필자는 불과 일이백미터 떨어진 그 식당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따로국을 한 냄비 담은 뒤 흘릴까봐 조심스레 돌아와 아침 밥상에 올리곤 했다. 따로국밥은 국과 밥을 따로 내는 단순한 음식이지만 밥을 국에 말면서 시작되는 물리적 결합은 미각을 자극하면서 또다른 맛의 화학적 결합으로 완성된다. 특히 요즘처럼 연일 비가 내리면서 햇볕을 보기 힘든 우중충한 날이 계속되면 따로국밥이 입맛 돋구기에 제격이다. 그러나 이처럼 섞어야 맛이 사는 따로국밥은 무언가 겉돈다는 의미로 시중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생뚱맞게 웬 따로국밥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바로 이 따로국밥과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집값이 안정세(안정을 넘어 거의 침체상태지만)를 보이고 있어 다행스럽지만 정부의 2개월 연속 콜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은 때아닌 불안감에 휩싸였다.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은행빚 내 어렵사리 집을 산 서민들로서는 이자폭탄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에서 특별한 우대혜택을 받지 못한 서민이 1억원을 빌릴 경우 7.5% 기준으로 연간 이자만 750만원에 달하고 매달 62만여원을 이자로 물어야 한다. 금감원이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말 169조원에 달하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05년 190조원, 2006년 217조원, 2007년 6월말 현재 217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2조6,000억원이 증가하며 차주당 연간 64만원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수차례 ‘경고’ 또는 ‘겁’을 줬던 대로 ‘집 샀다가 낭패를 보는’ 사태가 조만간 닥칠 지도 모를 일이다. 내집 마련이라는 소박한 욕심에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집을 샀다고 해서 이자 부담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당사자들에게만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주택대출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게 뻔하다 지방의 주택미분양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공급물량을 과도하게 쏟아낸 탓도 있지만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대책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금융권의 주택대출 강화 등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부산ㆍ대구 등 일부 주택공급 과잉지역에서 불거졌던 미분양 사태가 광주와 대전 ㆍ천안 등 충청권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교통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 5월말 현재 7만8,500여 가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에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친시장적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한다. 애꿎게 지방에서만 물량을 늘려 주택공급을 확대했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서울시내의 재건축규제를 완화하고 서울 근교에 집을 지어 공급해야 부동산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로국밥은 국과 밥이 한데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시장과 겉도는 정책은 결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시장과 조화를 이루는 부동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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