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 정상회담] 금색대청서 국빈만찬… '고향의 봄' 합창까지…각별한 환대

■ 첫날 표정<br>단독회담 예정보다 30분 넘겨 수행원 한때 긴장<br>시진핑, 최치원 詩 인용하며 양국 우호 중요성 강조<br>朴 회견내내 꼼꼼히 메모… 중국어로 마지막 인사



27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순간 중국 언론은 일제히 "오랜 친구가 중국을 찾았다"며 환영인사를 보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박 대통령의 흰색 상의가 '평화'의 상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시간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의 왕푸징 신화서점. 박 대통령의 중문판 자서전을 고른 판스증(34)씨는 "중국 가요인 '첨밀밀'을 부를 줄 알고 중국 철학사를 읽었다는 한국의 대통령이 궁금했다"며 "방중 목적이라는 신심지려(心信之旅)처럼 마음과 믿음을 쌓고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베이징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중국 정부는 물론 중국인들도 박 대통령에게 깊은 애정과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데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스토리를 가진 박 대통령은 영웅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다.

중국 정부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의전과 일정을 어느 외국 수반보다도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서우두공항 영접에서부터 중국의 배려는 그대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공항 영접에는 뜻밖에도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 부부장이 등장했다. 통상 중국은 외국 정상이 국빈방문할 때 해당지역 담당 외교부 부부장이 영접을 하지만 이번에는 부부장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상무 부부장을 직접 내보냈다. 격을 한 단계 높이며 최고 수준의 의전 대우를 한 것이다.

중국은 또 베이징시내 모 대학에서 이뤄질 예정인 박 대통령의 연설에도 부총리급 인사를 배석시키는 등 박 대통령의 주요 행사나 일정에 고위인사가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에서도 박 대통령을 위한 깜짝 공연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공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한 뒤 숙소인 댜오위타이(조어대)로 향했다. 이때 중국산 관용차인 '홍치'가 제공됐다. 홍치는 마오쩌둥이 전용차로 이용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다.


박 대통령 도착 전부터 중국 언론과 중국인들은 박 대통령의 정치인생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해방일보는 박 대통령의 일기 전문을 신문에 소개하며 가족사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다. 또 신화통신도 박 대통령이 중국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중국어는 물론 중국 노래와 역사ㆍ철학에도 조예가 깊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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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비슷한 인생도 중국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국가지도자 2세라는 점은 서로의 인생에 공통점을 안겨준다. 12세에 청와대 생활을 시작해 흉탄에 부모를 잃은 뒤 18년 동안 은둔생활을 한 박 대통령과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이었지만 문화대혁명으로 아버지가 숙청당하자 베이징을 떠나 7년 동안 산골 토굴에서 생활한 시 주석은 시련 극복에서 서로 일치한다. 이공계 출신 지도자로 경제와 과학을 중시하는 점도 닮았다. 박 대통령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시 주석은 칭화대 화학공정과를 졸업했고 각각 창조경제와 정보통신기술(ITC), 우주공학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두 지도자의 인연도 화제다. 8년 전 저장성 당서기 신분으로 방한한 시 주석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났다. 박 대통령은 당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2시간 가까이 대화했다. 시 주석이 저장성의 개발을 위해 새마을운동을 배우겠다는 말에 박 대통령이 라면상자 2개분의 자료를 건네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박 대통령이 중국의 고도이면서도 첨단산업단지로 발전하고 있는 시안을 방문할 예정인 데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시안 방문이 서부대개발이 시작되기 전이었던 만큼 중국의 전통과 과거에 대한 존중이라면, 박 대통령의 시안 방문은 중국의 전통과 함께 중국의 미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중국인들은 평가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와의 만남 여부도 관심사다. 일단 이날 예정된 국빈만찬에 펑 여사가 참석해 박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 관계자는 "별도로 펑 여사와 깜짝 회오(會晤·미팅) 자리를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펑 여사가 중국 내에서 시 주석만큼이나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네티즌들은 펑 여사가 이번에는 어떤 패션을 선보일지 예상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한복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네티즌들은 펑 여사도 중국 고유의상으로 패션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글을 웨이보에 올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5월 선정,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박 대통령은 11위, 펑 여사는 54위에 올랐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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