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근로자 10명 중 9명이 외면하는 노조

노조 조직률이 10.3%로 10%선 붕괴를 눈앞에 둔 것은 강성투쟁 위주의 노조운동이 근로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89년까지만 해도 20%를 육박하던 조직률이 급락한 것은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노조운동이 근로자의 권익보호 보다는 정치성을 띠기 시작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노동계가 정치성을 띤 강성투쟁 위주의 노조운동을 계속하는 한 조직률 하락은 피할 수 없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 같은 낮은 노조조직률은 대만(37%)은 물론 일본의 18.7%와 비교해도 심각함이 잘 드러난다. 일본은 조직률이 20%를 턱걸이 할 때부터 노조위기론이 대두해 노동계가 재편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 동안의 노동운동이 근로자의 권익보호 보다는 정치ㆍ사회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반성이 재편의 기조를 이루었다. 이 때부터 일본 노조운동은 노사화합시대를 열어 외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 노조는 낮은 조직률과는 달리 강성투쟁만은 세계 선두를 달려 외국투자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신형버스 수출물량을 대기 위해 생산라인을 1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하려는 데도 노조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예다. 노조의 이기주의 때문에 모처럼 일자리를 찾은 신입사원 700명이 대기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노조의 존립근거는 근로자의 참여에 있다. 조직률 하락은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옮겨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성향을 띤 강성투쟁이 주요원인이란 반성이 필요하다. 걸핏하면 길거리로 나서 교통체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짜증을 못참은 시민이 자동차로 시위대를 받기까지 한 것이 노동운동의 현주소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서로 세력다툼을 하면서 강성위주의 투쟁을 계속 한다면 노조의 입지는 좁아지게 마련이다. 10.3%란 낮은 조직률을 노사화합을 통한 근로자의 권익보호를 노조운동의 기본으로 삼지 않고 현재와 같은 강성투쟁을 계속한다면 노조시대가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 노조운동 방향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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