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작년 봄부터 약세 흐름을 보인 일본 엔화는 아베 신조 당시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이틀 전인 12월 14일에는 1달러당 83.91(도쿄시장, 15시 기준)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베 내각의 총선 승리로 양적 완화를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월 중순 100엔을 넘으며 수직 상승했다.
이후 국채 금리 상승 등의 우려로 상승세를 멈추고서 오르내림을 거듭하다가 11월부터 다시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타 9일 현재 달러당 103.08엔으로 올라섰다.
지난 5월 수준의 엔저를 이미 회복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엔저가 추세적인 흐름이라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11월 27∼29일 엔·달러 환율을 예상한 14개 투자은행(IB)의 기간별 전망치를 평균한 결과, 엔·달러 환율은 3개월 뒤 103.85, 6개월 뒤 104.64, 9개월 뒤 107.50, 12개월 뒤 110.08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엔화가치의 하락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자금의 국내 자본시장 유입 등으로 강세를 보이는 원화와 비교하면 더욱 가파르다.
원·엔 재정 환율은 작년 12월 14일 100엔당 1,282.35원에서 이달 9일 1,025.88원으로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20%의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등 주요국 합의로 엔저가 진행된 지난 1995년 4월 역플라자 합의 이후 1년간의 낙폭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당시 역플라자 합의 이후 한국산 제품이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경상수지 적자를 낸 것도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다.
원·엔 재정 환율은 내년 중 1,000원 선이 붕괴되면서 900원대의 세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 우세하다.
실제 11월 중순 이후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을 모두 예측한 10개 투자은행의 전망치로 원·엔 재정 환율을 산출하면 내년 1분기 100엔당 평균 1,031.6원, 2분기 1,012.5원을 거쳐 3분기에는 996.0원으로 하락한다.
원·엔 환율이 1,000원 선 아래에 있던 것은 2008년 9월 9월이 마지막이었다.
물론 앞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국제 금융시장에 변수는 적지 않다.
한편 손정선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수석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하면서 11월부터 다시 엔화 약세가 본격화됐다”며 “그러나 작년 상반기 일본 국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엔화 약세가 멈췄듯이 또 다른 변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