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장 어떤 자리인가/외풍에 시달리는/금융계 군주

◎수백억대 대출 전결권에/비서 2명… 부하 직원만 1만여명/연봉 1억외 월 판공비 3,000만원/사정 단골타깃… 「외부 눈치보기」도지난달 금융계사정설에 이어 서울은행장 구속이 현실로 나타나자 은행가에서는 「은행장집은 교도소 옆집」이라는 자조어까지 나왔다. 문민정부들어서만 은행장 16명이 불명예 중도 퇴진했다는 사실에 접하면 마냥 자조로만 들리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은행장이 되려는 경쟁은 그칠줄 모른다. 특히 임원인사를 결정하는 내년 주총이 다가오면서 은행장을 향한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은행장자리는 어떤자리인가.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 안에서는 임금이지만 밖에서는 눈치꾼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총괄하면서도 자신들의 대표조차 스스로 뽑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은행장들이다. 무엇보다도 행장이 되면 「힘」이 생긴다. 대형 시중은행장의 경우 30조원이 넘는 자금을 관리하며 3백억원 가량의 대출전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통상 10억원 이상 대출도 은행장 결재사항이다. 돈이 움직이면 돈과 관련된 권력과 정보가 동행함은 불문가지다. 엘리트위주의 고급인력만 1만명이 넘는 부하들과 국내외에 깔려있는 조직망이 행장에게 귀결된다. 예우도 달라진다. 임원이 쓰는 10여평의 사무실이 30여평으로 늘어난다. 비서도 둘 정도는 쓰는게 보통. 차장 또는 과장급 수행비서도 붙는다. 최고급 국산승용차도 배정받는다. 은행외부의 각종 모임에서도 은행장에 대한 대우를 공무원과 비교하면 대략 차관급 정도로 평가된다.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돈도 크게 늘어난다. 기밀비 성격인 업무추진비는 은행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월 2천만원에서 3천만원 수준. 은행장 바로 밑인 전무에게 배정되는 3백만∼5백만원보다 훨씬 많다. 다만 급여는 크게 늘지 않는다. 대형시은의 경우 은행장 급여는 보너스포함 연 8천5백만∼1억원 정도. 반대로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이 치러야 할 대가도 적지 않다. 공인의 신분이 강조되다 보니 개인사는 뒷전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장들의 출근시간은 상오 8시 전후. 일을 마치는 시간은 기약이 없다. 한 은행장은 하루에 상가만 7차례 돌기도 했다. 그만큼 의식해야할 대상이 많다는 것이다. 주요그룹이나 정치인들의 행사에도 보여야 한다. 신경써야 할 곳이 많은만큼 업무추진비도 경조사와 식사비용을 충당하기에 빠듯한 형편이다. 비리와 연루된 은행장들도 하나같이 『커미션은 받았지만 은행을 위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은행장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눈」이다. 자칫 행내에서 구설수에 오를 경우 투서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사정분위기가 돌 때마다 은행장이 단골 타깃이 되는 것도 대부분 내부투서에서 비롯된다.<권홍우>

관련기사



권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