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곽 위원장의 지나친 자신감


"사교육비 줄이기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겁니다." 지난 20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 및 동계 대학총장세미나에 참석한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이날 '국가미래전략과 교육'이라는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한 곽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 중 우선순위는 사교육비 줄이기"라며 "선행학습으로 사교육비를 늘리던 외고입시도 개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교육은 뛰고 공교육은 기는 현실에서 공교육 강화를 위해 마이스터고 강화는 물론 자율형 사립고를 늘려 자율과 수월성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MB식 사교육과의 전쟁의 승자는 정부일까. 물론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으로 많은 특목고 입시 학원들이 타격을 입었고, 외고들은 오로지 중학교 영어성적과 교과 수준의 듣기평가 정도로 학생을 선발하게 됐다. 그 결과 곽 위원장이 선행학습의 주범으로 꼽은 외고들 중 일부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 정원 미달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힘껏 눌러 가라앉은 듯 보이는 사교육이 또 다른 형태로 머리를 들고 있는 데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외고 행을 포기한 일부 학생들은 일찍이 해외 유학을 검토하며 관련 학원으로 몰리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일반고에서 좋은 내신을 받기 위해 종합학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 정부의 또 다른 역점 사업인 대학 입학사정관제 확대 속에 어린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이력'을 관리하기 위한 각종 사설 컨설팅 학원을 찾고 있다. 여기에 '학교 다양화로 공교육의 내실을 다진다'며 시작했던 자율고도 대규모 미달사태를 빚으면서 '사교육 잡되 공교육 키운다'는 MB 교육계획도 발목을 잡혔다. 득보다 실이 많았던 사교육과의 전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야심 찬 곽 위원장의 포부(?)는 어느 개그 유행어처럼 '그건 니 생각이고~'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한 대학의 총장은 곽 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미 미래에 대한 변화는 다 읽고 있다. 그런데 시간은 없다. 하루 속히 뚜렷한 정책을 말해주면 불안감이 없을 것이다." 현재를 제대로 읽지 못해 이렇다 할 미래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 이것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사교육 억제 정책의 가시적인 성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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