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다. 이 때문에 누구나 유연한 소통과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외치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봤을 때 진정한 기업문화는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나 매뉴얼에 담을 수 없다.
기업문화는 임직원의 일상에 배어 있기 때문에 상사의 지시나 감독이 없을 때에야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비상시에 직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는지를 보면 그 회사가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벌이 크다면 직원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드는 경향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필자는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직원들이 상사를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자율경영이 어렵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자신이 한 일이 행여 잘못되지 않을까 겁을 먹고 모든 결정을 상사에게 위임한다. 두 번째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어도 비상 상황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비상시의 조직을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자동항법장치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직의 자동항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 직원들이 진심으로 회사의 가치와 윤리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억지로 믿게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우선 경영진부터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고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 물론 경영진이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학습의 기회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경영진은 또 중간 관리자에게 권한을 위임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위임된 권한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관리자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그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직원 대부분은 신뢰 받을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 비상시를 대비한 커뮤니케이션 훈련도 중요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최고경영진과 홍보담당자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필요하다. 일반 직원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도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공유돼야 한다. 이 모든 활동이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수의 기업이 비상시를 대비해 전사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진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치 전시(戰時)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근본 원칙을 마음에 새겨 넣어야 한다. 그래야 감정이 앞설 때, 위기가 닥쳤을 때 자연스럽게 자동항법장치가 작동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조직 전반에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모든 직원이 자신 있게 회사를 대표할 수 있을 만큼 훈련을 받았을 경우, 직원들이 이런 성과를 리더십 스킬에도 적용해 보다 능동적인 직원으로 거듭난다는 점이다. 평상시와 비상시,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직원 개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