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관리차원의 금융대책/박승 중앙대교수(긴급진단)

금융위기감이 팽배하다. 우리나라의 대외신용이 흔들리고 환율과 금리가 치솟고 있다. 기업들의 부도가 줄을 잇더니 이제는 은행과 종금사들의 부도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필자는 금융공황이 다가올 가능성을 지난해부터 여러차례 경고한 일이 있다. 이제 그것이 현실로 목전에 다가서고 있는 느낌이다.그러면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은 크게 두 줄기로 설명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수지 적자다. 한해 2백억달러 내외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때문에 그만큼 우리는 빚을 져야 하고 이 때문에 대외신용이 추락하는 한편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대외금리는 오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내적인 불황이다. 경기침체 때문에 매출이 줄고 재고는 쌓이고 수익은 줄어들게 되니 생산적 순환을 통한 자생적 자금순환이 막히고 이 때문에 기업의 차입수요만 증가하게 된다. 흔히들 돈은 많이 풀리는데 그 돈이 모두 어디 갔느냐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생산적 순환의 길이 막혔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요인이 겹쳐있는 상황에서 이를 견디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의 도산은 불가피한 것이며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줄을 지어 넘어지게 되자 이제는 돈이 있어도 서로 믿고 꾸어줄 만한 기업을 찾기가 어렵게 돼 버렸다. 이른바 자금순환의 동맥경화 현상이다. 그러면 이러한 자금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는 경제의 구조조정이라는 측면과 위기관리라는 측면을 다같이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거품을 제거하는 감량조정 과정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자금난과 금융경색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금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러한 감량조정이 우리 경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새출발을 하자면 이러한 조정이 향후 2∼3년간은 더 지속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의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높은 6% 수준이고 올해 경상적자가 2백억달러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감량내핍의 구조조정이 초입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고통스러운 감량의 기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위기는 정상의 궤도를 넘어서 국가적인 신용붕괴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 있으며 이런 점에서 위기관리라는 비상대책 차원에서 대책을 서둘러야 할 단계에 있다. 지금 당면하고 있는 금융위기는 시중자금 위기와 금융기관의 자금위기로 나눌 수 있으며 국내자금 위기와 대외자금 위기로 나눌 수 있다. 기업들의 시중자금문제는 주로 국내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신축적이고 선별적인 금융정책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거시정책이 긴축을 지향하더라도 재정을 더 긴축하고 금융은 여유를 주어야 하며 자금난을 심각하게 겪는 애로부문을 중심으로 자금이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시급한 쪽은 은행이나 종합금융회사와 같은 금융기관의 자금경색, 그리고 대외결제자금의 경색으로 인한 위기다. 이 위기는 금융대란과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니 만큼 정부가 무한책임을 지고 기민하고도 확고하게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의 특융, 정부자금의 일시지원, 외환의 특별지원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환율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동화할 필요가 있으나 환투기로 인한 환율변동은 단호히 대처해야 하며 환율을 경기부양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현 단계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는 모든 노력이 구조조정을 통해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회복시키자는 기본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모든 정책의 기조는 경제안정과 국제수지개선에 두고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경제 감량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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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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