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중국ㆍ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테마섹이 몇 개월 내로 중국, 인도, 멕시코, 브라질 등에 18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미국 및 유럽의 금융기관 등에 적극 투자해 왔던 테마섹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30% 가량 손실을 입었지만, 아시아 지역 투자를 통해 대거 손실을 만회하면서 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테마섹은 특히 꾸준한 소비 증가세로 장기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중국과 인도 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섹은 지난해 자회사인 싱가포르에어라인을 통해 동방항공 지분 24%를 9억2,300만달러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동방항공 주주들이 헐값이라는 이유로 반대해 지분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난에 직면한 중국 항공업계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조만간 관련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시장도 테마섹이 주목하는 투자처다.
테마섹 관계자는 "테마섹이 지분을 확보한 인도기업의 면면을 보면 자동차 제조업체 마힌드라앤마힌드라, ICICI은행, 이동통신업체 바르티 에어텔, 물류회사인 디트리파크스 등 다양하다"며 "향후에는 소매 사업이나 공공 인프라 투자에 더 매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테마섹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수치에도 잘 드러난다.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5년에만 해도 아시아 지역 투자비중은 16%에 불과했지만, 올해 7월 말 현재 43%까지 늘었다. 한편 테마섹이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경영진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테마섹은 지난 상반기 금융위기 여파로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호 칭 사장을 경질시키고, 후임에 세계 최대 철광석생산업체 BHP빌리턴 출신의 찰스 굿이어를 내정했다.
하지만 올 2ㆍ4분기 이후 아시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자, 지난 7월 이 같은 결정을 취소하고 아시아 사정에 밝은 호 칭 사장을 유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