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관료의 실언/김준수 정경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현재로서는 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나중에 말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지 않습니까.』『자기가 애지중지 키워온 금융기관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리기를 원하는 정부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마지못해 해야 할 때 하는 것입니다.』 10일 상오 임창렬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윤증현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의 이 두 마디는 최근 금융시장에 팽배한 불신과 위기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임부총리는 지난 2일 종금사에 대한 업무정지명령를 내리기 직전까지 이를 부인했고 이번 추가 업무정지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부인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것을 공개적으로 정당화해서는 곤란하다. 림부총리는 지난 6일 『현재로선 종금사에 대한 추가 업무정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데 대해 이날 새삼 변명하면서 『당시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달았으니 괜찮다』며 강변했다. 경제사령탑인 부총리가 이처럼 말을 바꾼다면 과연 누가 그와 정부를 믿겠는가. 백번 양보해 그의 말이 맞다면 림부총리는 불과 사흘 뒤의 일도 내다보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임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윤실장의 말은 더욱 기가 차다. 10월이후 6일마다 한번씩 찔끔찔끔 대책을 연발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다. 그는 재정경제원 1급 관리다. 과거 금융기관의 대부로 군림하던 재무부 관리가 아니다. 기업들이 연쇄도산하는 판에 금융기관들만 감싼다면 공멸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요즘같은 혼란기에는 정책이 시장보다 한발 앞서 가있어야지 허둥지둥 뒤를 쫓아가서는 안된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대책은 최소한 일주일 전에 나왔어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계서열 12위인 기업과 3년 연속 흑자기업을 쓰러뜨리고 나서 사후약방문 격으로 대책을 내놔선 곤란하다. 최근의 금융위기와 기업 연쇄도산은 국제통화기금(IMF) 협약에 따른 충격에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불신과 정책실기까지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10일 금융시장 안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경제부총리와 금융정책 실무책임자가 내뱉은 두 마디는 이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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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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