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시화되는 친일재산 환수 노력

정부 조사위 상반기 출범…`부끄러운 재산' 국가 귀속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 상대 소송에서 승소해 소유권을 획득한 부동산에 대해 정부가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냄으로써 친일재산 환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파재산환수법)'이 발효됐음에도 후속조치가 늦어져 자칫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긴급처방을 사용했다. 친일파 재산의 국가귀속 업무를 맡게 될 대통령 산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발족되지 않은 시점에서 친일재산이 증발되는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비상 제동장치를 가동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사위 구성이 뜸을 들이기라도 한다면 친일파 후손들이 발빠르게 재산을 제3자에게 넘겨버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특별법으로도 환수가 불가능한 점을 감안해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친일재산 환수를 위한 정부의 준비 노력은 관련 법이 발효되자마자 발빠르게 이뤄졌다. 법무부와 검찰은 우선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친일 후손의 땅찾기 소송 가운데13건을 찾아내 중지신청을 냈다. 이는 법원의 심리를 중단시킴으로써 친일파 후손들의 땅찾기 계획을 좌절시키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였다. 이후 소송중지 신청보다 훨씬 강력한 가처분 신청을 이번에 냄으로써 친일파에게 국가의 재산이 넘어가는 상황을 반드시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부동산의 양도, 임차, 저당 등이 금지돼 재산권 행사를 일절 할 수 없게 된다. 법무부는 가처분을 회피하려고 친일재산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에 대해 강제집행면탈죄 등을 적용해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친일 재산 환수를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친일파들이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이 후손들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면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과 소외감을 치유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친일파 후손들은 국가나 일반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가 적지않았고 이 때마다 일반 국민은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껴야했다. 다행히 지난해 말 발효된 친일파재산환수법에 따라 이런 재산들을 국가로 귀속할 수 있게 되면서 훼손된 민족정기를 복원할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 단계부터 진행된 소급입법에 따른 위헌 논란 등으로 미래의실제 친일후손들의 재산 환수 절차에는 난관도 예상된다. ◇ 향후 절차는 = 가처분 대상이 된 친일파 후손의 재산이 실제 국가 귀속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앞으로 구성될 친일재산 조사위에서 결정한다. 특별법은 지난해 12월 시행됐지만 아직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조사위 구성까지는 몇 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조사위 출범에 앞서 준비단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사위가 출범하면 가처분 대상이 된 토지 등이 실제 친일파의 재산인지를 각종실사를 통해 결정하고 여기서 친일재산임이 확인되면 이 재산은 국가로 귀속된다. 친일파 후손들은 국가로 환수된 땅에 대해 더 이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현재는 국가가 소송 당사자로 참여한 재산에 대해서만 환수절차를 밟고 있지만일반인 사이의 다툼이 있는 땅이라도 친일 재산임이 확실하다면 정부가 독립당사자로 참가해 환수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 친일파재산환수법 =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12월 발효됐다. 특별법은 러ㆍ일 전쟁 직전부터 해방 전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했거나상속받은 재산과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증여받은 재산을 `친일재산'으로 규정해 국가가 환수토록 하고 있다. 소송이 국가패소로 끝났더라도 친일 재산임을 확인해 관할 법원에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이에 따른 것이다. 특별법은 법원 역시 친일재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친일재산조사위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올 상반기 중에 구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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