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바라기성 정치인

태양을 향해 꽃이 피며 씨는 과자류와 술 안주로 활용된다. 해바라기꽃은 코스모스와 더불어 청명한 하늘 아래서 가을정취를 돋보이게 한다. 그러나 해바라기를 인물로 비유할 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각종 조직에서 영향력과 돈을 노려 지조 없이 실세에게 아부하는 사람을 가리켜 '해바라기성 인사'라고 한다. 국어대사전(이희승 편저)에 의하면 해바라기는 엉거시과에 속하는 1년 생으로 온 몸에 잘고 강한 털이 밀생하며 줄기 높이가 2미터 내외라고 적혀있다. 인간은 속성상 남들이 알아주지 않은 음지보다는 실속 있고 떵떵거릴 수 있는 양지를 희망한다. 공무원은 보직에 따라 영향력이 천차만별이다. 국회의원도 상임위 배정 때 소위 '노란자위' 상임위 확보를 위해 로비전이 치열하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물 좋은' 자리와 승진을 위한 경합에 생사를 걸고 뛰어든다. 누구든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실력을 인정 받거나 정당한 경쟁을 통해 요직에 기용되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물론 조직의 지도자로 성장하기위해서는 요직 일변도 보다는 구성원들이 기피하는 한직에서 일정기간 일할 필요가 있지않을까. 지도자가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의 노고까지 헤아릴 경우 그 조직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양지만을 걸어온 지도자가 국가경영 등 큰 일을 해낼 지 의문이다.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기르지않아 난관을 극복할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계 새로운 리더 물망에 올랐던 정치인들이 선거 당시 유권자의 민의를 저버리고 엄격한 절차 없이 눈 앞의 이익을 찾아 당적을 옮겨 매우 씁쓸하다. 지난 10월 9일 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장관과 유엔총회 의장을 지낸 무소속 한승수(66) 의원이 한나라당에 복당한 데 이어 민주당에서 대변인을 역임한 전용학(50) 의원이 10월14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강원도 춘천 지역구 출신인 한 의원은 "국가의 자존심을 높이고 우리 민족의 역량을 총집결 해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을 도모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에 일조하기위해 복당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충남 천안 지역구 출신인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통한 정치안정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라고 입당의 변을 밝혔다. 그 당시 민주당의 비난이 적지않았다. 민주당 그러나 비난에 앞서 이들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경선으로 뽑힌 대선후보를 지원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내분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의원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지역 유권자들의 '약식' 의견 수렴을 거쳤으며 정치인으로서의 진로를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생명을 심판할 다음 총선이 2년 남았는데 대권을 판가름하는 이 시점에 당적을 옮기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위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아울러 이들은 정치인으로서 음지에 속할 수도 있는 야당의 인내력 성숙과정을 거부한 채 '양지성 정당'을 찾아 대가성 요직을 노리는 해바라기성 기질이 국민들을 실망시켰을지도 모른다. 뜻 있는 국민들은 중앙정치인으로서 이들이 어떻게 성장할 지 주시할 것이다. 요즘 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 의원과 한나라당이 싫다며 미래연합을 창당한 박근혜 의원의 한나라당 복당설이 계속 흘러나오고있다. 차기 대권후보군에 속한 이들이 한나라당에 들어갈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있는 이회창 후보 당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대가로 당권 또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요직에 기용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대권을 겨냥한 지도자는 정치생명을 걸만한 소신을 갖고 상당기간 인내하면서 국가경영 능력을 준비할 때 꿈을 이룬다는 평범한 사실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해바라기는 일정기간 햇볕을 쪼이면 고개를 숙이고 한 해가 지나면 스스로 사라진다. 기자 황인선<정치부장>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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