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재량지출의 비중은 줄어들게 돼 재정의 경기 대응 능력은 약화된다.
재량지출 중에서 인건비, 국방비 등 경직성 지출을 고려하면 실제로 정부가 재량으로 조정 가능한 비경직성 재량지출 비중은 올해 36%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4∼2018년 총재정지출은 2014년 355조8,000억원, 2015년 376조원, 2016년 393조6,000억원, 2017년 408조4,000억원, 2018년 424조원으로 매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복지 등 의무지출은 2014년 167조2,000억원, 2015년 174조원, 2016년 192조2,000억원, 2017년 205조1,000억원, 2018년 219조6,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의무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7.1%로 총지출 증가율(4.5%)의 1.6배에 달한다.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중은 2014년 47.0%에서 2015년 46.3%로 낮아졌다가 2016년(48.8%)부터 다시 증가해 2017년(50.2%)에는 50%를 넘어선다. 2018년 의무지출 비중은 51.8%로 증가한다.
의무지출 비중의 증가는 재량지출 비중의 감소를 뜻한다. 재량지출 비중은 2014년 53.0%, 2015년 53.7%, 2016년 51.2%, 2017년 49.8%, 2018년 48.2%로 낮아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복지분야 의무지출이 증가해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중이 2017년 50%를 넘어서게 된다”면서 “2014∼2018년 복지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8.4%로 총지출 증가율보다 3.9%포인트 높다”고 설명했다.
예산정책처는 “복지지출은 공적연금(11.0%), 기초연금(15.0%), 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6.8%)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고령사회에 진입하면 공적연금,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을 중심으로 의무지출이 빠르게 증가해 재정의 신축성과 경기 대응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정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고용과 소득 등 경기 관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무지출 비중 증가가 경기 관리에 대한 재정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량 지출 중에서 인건비, 국방비 등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비경직성 재량지출 비중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산정책처는 2014년 기준으로 비경직성 재량지출 비중은 36.9%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실제 재량으로 경기 관리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지출의 비중이 36%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의무지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신규 복지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중장기적으로 재정지출,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재정 총량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도입 여부와 초기 사업규모를 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와 관련해 경쟁적으로 복지제도의 공약이 이뤄지고 선거 이후 의무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선거 공약 비용추계 등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예산정책처는 덧붙였다.
네덜란드와 호주 등은 선거공약에 대한 비용추계를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