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동산 등기 쉬워져야 비리 사라진다

검찰이 아파트 집단등기 업무 과정에서 법무사ㆍ변호사 사무장에게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원 등기과와 등기소 1곳씩을 압수 수색했다. 수사선상에 오른 전직 등기소 직원들은 수백~수천가구의 새 아파트 입주자 등기업무를 대행하는 법무사ㆍ변호사 사무장들이 부동산매매계약서나 등기신청 때 현금수수료 대신 붙이는 수입인지ㆍ증지가 없거나 일부만 붙여도 눈감아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국고로 귀속돼야 할 돈의 일부가 비리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등기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직원들의 비리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대법원은 내심 항변하고 싶은 심정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이를 시정하려 지속적인 노력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감찰활동을 강화하고 관련제도를 개선했으며 금융기관과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안도 도입해왔다. 예전에 비해 비리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검찰의 압수 수색도 2008년 일어난 사안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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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이 만약이 압수 수색 대상을 전국 법원의 등기사무소로 확대한다면 어떤 비리가 적발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비리의 뿌리가 깊다. 법원 직원들과 법무사들의 비리는 권력유착형 대형 비리에 비해 금액은 미미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더욱 죄질이 좋지 않다. 첫째, 비리 대상이 수많은 민원인이라면 국민을 직접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소액이라도 한번 무너진 원칙은 다음 단계의 비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로 법원 등기소란 모든 경제행위와 거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부동산을 사고 팔 때나 회사를 만들 때 거치는 등기소에서 비리는 상거래의 출발부터 깨끗하지 못하다는 점을 의미하고 이런 하부구조를 가진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기도 만무하다.

관습으로 남아 있는 비리를 없애는 구체적인 방법은 규제를 내려놓는 데 있다. 숱한 비리를 양산해온 인지ㆍ증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국민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손쉽게 등기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증지를 없애고 신용카드 등을 활용할 수 있게 절차를 개선하고 간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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