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현대차 노조] 강성노조 득보다 실이 많다 파업 길수록 임금손실 눈덩이신용등급 등도 불이익 '현대차 디스카운트' 로'파업해야 많이 받는다' 노조원들 생각 바꿔야 울산=곽경호 기자 kkh1108@sed.co.kr 관련기사 [사설] 현대차노조 세계자동차 시장을 보라 "잔업을 거부하라는 집행부의 지침을 잊었는가. 빨리 집으로 돌아가시오." 성과급 차등지급에 불만을 품은 현대차 노조의 서울 본사 상경투쟁을 하루 앞둔 9일 오후5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한 생산라인에서는 주간 근무를 마친 일부 직원들이 혹시라도 잔업에 참가할 수 있을지 서성이다 노조 간부들의 눈에 띄는 바람에 곤혹을 치렀다. 이들 중 한 조합원은 "성과급을 못 받은 건 둘째 치고 잔업을 해야 제대로 된 월급을 받을 게 아니냐"며 씁쓰레 웃음지은 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대립적 투쟁노선이 글로벌 리더 원년으로 삼겠다는 현대차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의 파업일변도 투쟁방식은 크게는 국가 경제를 갉아먹는 덫이 될 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는 4만3,000여 전조합원들의 임금손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차는 고질적인 노사갈등으로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가로막히는 등 막대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강성 노조가 상습적인 파업 등을 일삼으면서 이른바 '현대차 디스카운트'로 자리잡은 셈이다. 지난 92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올해로 15년차에 접어든 O씨는 그동안 열심히 앞만 보고 일에만 매달려온 덕택에 지난 2005년 연봉 5,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일은 고됐지만 아내와 세 남매 등 5식구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강한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다. O씨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줄어든 연봉으로 남모르게 가슴앓이를 하기 시작했다. 잦은 파업으로 잔업 및 특근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임금손실이 입사 이후 가장 커져 가족들 생활형편도 예전만큼 못하기 때문이다. O씨는 지난해 6월 은행대출을 받아 32평 아파트를 새로 장만했다. 대출금 상환을 위해 O씨는 그동안 열심히 다니던 교회도 잠시 접었다. 휴일특근 등에 열심히 참여, 줄어든 임금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노조가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지난 연말 성과급 10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된데다 올초부터는 아예 노조 집행부의 잔업 및 특근거부 조치로 다음달 5일 수령할 월급명세서가 벌써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O씨의 경우 지난해 임금협상 결과를 놓고 보면 ▦임금 7만8,000원 인상(연 150만원) ▦성과급 300%(600만원) ▦일시금 200만원 등으로 연간 1,000만원 상당을 더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차이가 컸다.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임금손실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때 20일간의 부분 파업과 잔업거부, 12차례의 정치파업 참여 등으로 노조원 1인당 평균 220만원의 임금손실을 입었다. 또 지난해 8~9월 중 전국노동자대회 참석 등 각종 노사관계 문제로 노조원 1인당 평균 3회 가량 특근에 참여하지 못해 약 70만~80만원의 임금이 줄어들었다. 여기다 지난해 생산목표 미달로 받지 못한 연말 성과급 100만원까지 합치면 O씨의 경우 지난해 연간 400만원이나 실제 임금이 줄어들었다. O씨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조의 성과급 차등지급 반발로 지난달 28일부터 지금까지 잔업과 특근을 아예 못하는 바람에 이달 월급이 벌써 80만~90만원이나 줄어들었다. 게다가 노조집행부의 장기 노사 대립 국면조성으로 '반쪽 월급' 신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O씨의 가슴을 더욱 옥죄고 있다. 현대차 노조원들 상당수는 아직도 "파업을 많이 해야 임금을 많이 받는다"는 '파업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그러나 역대 노사협상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결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의 최근 3년간 노사협상 결과를 살펴보면 파업일수가 가장 적었던 지난 2004년도가 파업일수에 반비례해 가장 높은 협상성과를 노조측이 얻은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노조는 불과 5일간의 파업을 벌였음에도 ▦9만5,000원 임금인상 ▦성과급 300% ▦품질향상격려금 100% ▦일시금 100만원 등을 얻었다. 11일간 파업을 벌인 2005년에는 ▦8만9,000원 임금인상 ▦성과급 300% ▦일시금 200만원 등으로 2004년에 비해 협상성적이 떨어졌다. 특히 2004년보다 4배가 많은 20일간 장기파업을 했던 2006년에는 협상성과가 가장 떨어진다. 파업이 많을수록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에 반해 파업에 따른 조합원들의 평균 임금손실은 ▦2004년 80만원 ▦2005년 100만원으로 2006년도의 임금손실 22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노사화합 기업과 비교하면 현대차 노조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12년째 무분규 협상을 타결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임금인상 7만3,550원 ▦성과급 350% ▦일시금 150만원의 성과를 얻었다. 협상성과 자체도 현대차 노조보다 크지만 무분규 무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이 전혀 없다는 점이 현대차 노조원들을 뼈아프게 만들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파업을 많이 해야 임금을 더 받는다고 착각하는 현대차 노조원들의 발상의 전환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7/01/09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