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면회소에서 만나요" "건강하세요"

"면회소가 설치되면 다시 만나요" "부디 건강해라"28일 또다시 서울로 평양으로 기약없는 이별을 한 남북 이산가족들은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 상대방을 영원히 기억속에 남기려는 듯 두 손을 붙잡고 뜨거운 작별을 나눴다. 이날 아침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호텔에서 북측 방문단은 서울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했지만 가족과 헤어져야 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인지 대부분 식사를 끝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남측 가족들도 북으로 돌아가는 핏줄들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방문단 숙소인 롯데호텔로 모여들었다. 북측 방문단과 남측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상봉이 이뤄진 롯데월드 앞 잠실길 100여㎙는 이산가족들의 눈물로 바다를 이뤘다. 이산 가족들은 "할아버지, 건강히 계세요" "사랑해요" 등의 종이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김포공항으로 떠나는 버스앞에 늘어섰고 버스 창가에 앉은 북측 방문단들은 1,000여명에 달하는 인파속에서 50년만에 만난 핏줄의 얼굴을 찾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오전 8시50분께 김포공항 1청사에 도착한 북측상봉단은 또다시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대부분 굳은 표정이었고 일부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포공항에는 또 롯데월드호텔 환송상봉장에 미처 나가지 못한 가족들이 대형플래카드와 꽃다발을 들고 나와 북으로 돌아가는 혈육들과 애끓는 이별을 나눴다. 정두명(67)씨는 "가슴이 뛰어 말을 할 수가 없다. 롯데월드호텔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다시 만납시다'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가사가 지금 내 심정을 정확히 대변해주는 것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3차 이산상봉 결산 이번 교환방문에서는 국군포로와 비행기 승무원 등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이 이뤄짐으로써 이를 통한 남북간에 '정서적인 화합'의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그 동안 우리측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국군포로와 납북자에 대한 북한측이 그들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금기시돼 온 영역에서의 협력이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상당수의 고령 이산 1세대들이 아직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비싼 비용이 드는 1회성 행사를 대체할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남북은 생사ㆍ주소확인, 서신교환, 면회소 설치 등을 협의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면회소 설치는 장소문제만 남아 있을 뿐 다른 이견이 적어 다음달 3일 적십자회담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장재언 북측 적십자회 위원장이 최근 "면회소가 조만간 설치될 것"이라고 밝혀 북측이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는 북측도 이산가족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한 것을 반증한다. 다만 이번 이산가족 상봉과정에서 북측이 비전향 장기수 북송을 자꾸 거론한 점을 볼 때 이산가족문제를 순수한 인도적인 문제로만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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