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10일] 우문우답 尹재정

지난 8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외신기자 간담회 자리. 월스트리트저널 서울특파원의 '룸살롱' '막장질문'이 한국을 모욕했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룸살롱 문화 때문에 한국 여성의 사회활동이 저조한 게 아니냐"는 질문은 윤 장관을 희롱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사건을 개념 없는 외신기자의 막말로 넘기기에는 윤 장관의 답변이 간단치 않다. "최근 발령받은 검사 중 절반이 여성인데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 오히려 저출산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답변이 그것이다. 먼저 앞부분부터. 검사 절반이 여성이라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다는 인식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여성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앞서고 공무원 채용에서 성차별이 사라졌다지만 많은 사기업, 특히 중소기업에서 여성은 여전히 '시집 가면 골치 아파질 존재'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잘리고도 실업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현실이 '절반의 여검사'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이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커져 저출산 문제가 생겼다는 인식은 더 심각하다. 여성들의 출산기피는 단순히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늘어난 사회활동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절한 육아보육 정책을 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활동과 저출산이 반비례한다면 우리보다 여성의 참여가 활발한 구미 선진국의 높은 출산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국가가 육아보육 정책을 제대로 챙기지 않아 여성들이 육아의 짐을 떠맡아야 하고 그런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기업 앞에서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논할 수 있을까. 보건복지가족부도 마찬가지다. "낙태율을 절반만 줄여도 출산율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전재희 장관의 발언이 이를 보여준다. 자기도 여자면서 여성의 인권을 외면하는 이런 인식이야말로 출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막장질문'에 당황한 장관이 즉석에서 한 답이라지만 준비되지 않은 말에 평소 생각이 녹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심각하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출산을 막고 낙태를 단속해 신생아를 늘리겠다는 게 국가의 수준이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는 진작에 포기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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