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저렴하고 시간적 제약 적어 직장인·동호인들에 인기
| ▲ 불황 속에 스크린골프로 납회 라운드의 아쉬움을 달래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최근 골프전시회에서 스크린골프를 체험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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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골프 연말모임 어때요.'
지난 9일 저녁 서울 삼성동의 한 스크린골프장.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 8명이 2개의 타석에서 송년 모임을 가졌다.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이곳을 찾은 이들은 18홀 라운드를 마치면 잠깐 호프집을 들렀다 귀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스크린골프로 연말모임이나 납회 라운드를 가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제한파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골퍼들 사이에 새로운 연말 풍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직장인들로 구성된 골프동호회 '헝그리골퍼'의 안양ㆍ평촌 모임을 맡고 있는 회사원 고한규(37)씨는 다음주쯤 스크린골프장에서 납회 라운드를 갖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예년 같으면 납회 라운드를 갖거나 일부 회원들은 숫제 동남아 등지로 연말 투어를 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는데 올해는 서로 납회 라운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 눈치만 보던 차에 스크린골프 납회를 제안해 뒀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 납회는 무엇보다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직장인과 골프동호인 사이에 인기가 높다. 1인당 이용료 1만5,000원~2만5,000원에다 '뒤풀이' 비용을 합쳐도 3만~5만원 정도면 해결된다. 그린피와 카트 이용료, 캐디피 등 평일에도 20만원을 훌쩍 넘는 실제 라운드에 비해 훨씬 부담이 적다.
시간의 제약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과 후 시간을 활용해 송년모임과 납회 라운드를 한꺼번에 치를 수 있다. 또 스크린골프 장비(시뮬레이터) 기술 발달도 막연한 거부감을 해소시키고 있다. 정밀해진 센서 덕분에 실감은 더 나면서 실제 스코어와 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이용자들의 평가다. '대회' 기능으로 순위를 가릴 수도 있다.
스크린골프장 업계는 희색이다. 대표 브랜드인 골프존, 훼밀리골프, 알바트로스 등은 계절적 성수기를 맞은 데다 불황 탓에 비용을 줄이려는 골퍼들이 늘어나 호황을 맞고 있다. 서울 신천동에서 A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임모(35)씨는 "금요일과 토요일은 연말까지 모두 예약을 받은 상태이고 평일 저녁에도 예약하지 않으면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반포동 한양CC스크린 김우근 대표도 "이달 들어 이용객이 30% 정도 늘었는데 3~5개 타석을 빌려 직장인이나 동호회의 연말 모임을 가지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에 운영중인 스크린골프장은 작년 2,500여 곳에서 이달 현재 5,100여 곳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며 스크린골프 열풍이 외신을 통해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