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건축문화대상/일반주거부문 대상] 반포 577

엇갈린 시선에 자연과 소통 연출

3층 다락방에서 북측 창문을 통해 본 모습. 주변 집들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면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3층 다락방에서 북측 창문을 통해 본 모습. 주변 집들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면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집안 내부에서 바라본 남쪽의 서리풀 공원 모습. 이 공간은 주변의 시선은 차단하면서 자연과의 소통은 가능하다는 반포577 의 특징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시공자 이성란 씨

'반포577'은 반전의 연속이다. 반포577은 160㎡가량의 삼각형 모양 땅 위에 서 있다. 결코 넓지 않은 부지지만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집이 좁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현관에 발을 들이면 머리 높이의 신발장이 있고 그 뒤로 이어지는 주방 천장은 끊김 없이 뻗어 있어 좁은 공간에 확산감을 부여 했다. 이 같은 원리는 화장실을 포함한 내부의 모든 공간에 적용돼 콘크리트 외벽을 제외한 모든 벽들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 반포 577의 3면은 4층 이상의 다가구, 다 세대 주택이 둘러싸고 있다. 설계를 맡은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도 이 같은 주변 시선의 공격이었다. 때문에 현관문이 있는 북측 면은 공격을 막아내는 거대한 방패처럼 만들었다. 위쪽에 2개의 창이 있긴 하지만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실내에 들어서면 동서남북 4개면이 모두 시원하게 뚫려 있는걸 발견하게 된다. 서리풀 공원이 있는 남쪽은 채광과 자연을 한껏 끌어들일 수 있도록 중정(中庭)을 만들었다. 이 공간을 통해 집안 구석구석은 자연의 빛으로 채워졌고 침실이 있는 건물 동쪽의 벽 위쪽엔 커다란 창을 내 밤하늘의 별·비·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락방에 오르면 현관이 있는 북측면의 창을 통해 한강과 서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고 숲이 있는 남쪽으로는 작은 테라스를 만들어 도시 생활에 지친 몸을 쉴 수 있게 설계했다. 좁은 땅에 지었지만 결코 좁지 않고 외부의 시선을 피해 최대한 방어적으로 지을 수 밖에 없었지만 자연 및 외부에 충분히 소통 할 수 있게 한 것은 순전히 한 건축가의 상상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성관 대표는 "남향의 채광을 받으면서 주변 시선으로부터 최대한 벗어나기 위해 외곽은 채우고 안을 비워낸다는 개념으로 접근 했다"며 "주변과의 관계에서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건축가 오빠 없었다면 엄두도 못냈죠" -시공자 이성란 씨
성관 한울건축 대표의 4살 아래 동생이다. 이 씨는 "도심이면서 자연이 있는 땅을 찾다 보니 이 곳이 최적의 장소였다"며 "땅 모양이 이상하긴 했지만 전적으로 건축가인 오빠만 믿고 매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빠가 없었다면 땅 매입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자투리 땅도 작품을 만들어 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고 덧붙였다.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단독주택 생활을 꿈꾸던 이 씨는 서울에 직장을 가진 남편 때문에 서울을 벗어날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못했다. 이 씨가 직접 공사를 챙긴 것도 이성관 대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 기간은 1년 정도였는데 오빠가 직접 감리까지 맡아줘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오빠에게)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씨가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곳은 다락방이다. 남쪽으로 난 테라스를 통해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는 모습을 감상하고 북쪽으로 난 창으론 시내의 야 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2, 3층이 다 뚫려 있어 집안 어디에 있든 바깥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침실 창으로는 운이 좋으면 별도 보인다" 고 말했다. 이 씨는 이 집을 팔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오빠가 동생을 위해 지어준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많 다"며 "집이라기 보단 작품의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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