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공장 증설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하이닉스 증설을 사실상 불허하자 재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가 13조5,000억원을 투자해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것은 설비투자가 부실하고 투자를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 투자가 유발할 6,000여명의 고용은 가장 직접적 이익의 하나일 뿐이다. 공장 증설 부지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도 첨단 공해방지시설의 존재를 감안하면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이천 대신 청주를 강권하는 것도 무리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출현하는 세계 반도체전쟁 속에서 하이닉스가 이천을 고집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천 공장은 청주 공장에 비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고급인력 확보에도 더 유리하다. 최대 경쟁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경기도 기흥과 화성에 터를 잡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하이닉스의 증설은 지난 94년부터 정권이 바뀌는 와중에도 면면히 지속돼온 수도권정책의 큰 틀이 앞을 막고 있다. 성장관리권역ㆍ과밀억제권역ㆍ자연보존권역 등 수도권을 크게 3권역으로 구분, 공장의 신ㆍ증설을 제한, 혹은 금지해온 정책이 그것이다. 이천 공장 증설 부지는 자연보존권역으로 중소기업의 공장 신ㆍ증설마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의 공장 신ㆍ증설 사례는 아예 없다.
정부도 수도권정책의 틀 유지와 투자 촉진 사이에서 고민하다 불허쪽으로 기운 듯하다. 한번뿐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자연보존권역에 투자를 허용하면 선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앞다퉈 자연보존권역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나서면 일이 어떻게 풀릴까. 난개발과 함께 자연보전권역마저 투기꾼의 앞마당이 될 수 있고 이런 과정에서 정부의 환경정책은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 증설에 도사린 함정은 이렇게 복잡하다. 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증설이 무산되더라도 새로운 대안을 찾으면서 슬기롭게 극복해가는 게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