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불어 닥친 오페라 열풍이 `오페라 대중화`로 다가서는가.
국립오페라단(단장 정은숙)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릴 장예모 연출의 `투란도트`(5월8~11일)의 여파로 공연 자체의 취소도 검토된 바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본 결과는 `전석 매진`. 국립오페라단 공연들 중에서도 최상급의 성적으로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국립오페라단이 푸치니 말년 대작인 `투란도트`를 공연한 것은 지난 1972년에 이어 30여년만. 오페라단은 지난해 3월 이미 `투란도트`의 공연을 확정하고 지난 여름부터 의상과 무대장치 제작에 들어갔다. 쏟아 부은 제작비만 해도 국립오페라단의 1년 지원금과 맞먹는 10억 여원 규모. 60억 여원을 들인 상암 `투란도트`와의 `자존심 경쟁`이 작품 질 향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또한 2001년 정기공연 `시몬 보카네그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울리세 산티키, 피에르 죠르지오 모란디가 연출과 지휘를 다시 맡는 등 쟁쟁한 스탭진도 함께 했다. 투란도트 역에 일본 소프라노 시모하라 치에코ㆍ이탈리아 출신의 베셀라 즐라테바가 캐스팅됐고 이방 왕자 칼라프 역에 테너 김남두ㆍ질베르토 마페조니, 류 역에 소프라노 김향란ㆍ오미선이 참여한다.
대규모 군중신에 등장하는 인원은 200여 명에 가깝지만 잘짜인 무대구성으로 답답함이 없다. 무대장치와 의상에만 2억5,000만여원을 들인 공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의상 전문가 리비아노 달 포초가 일찌감치 내한, 동대문을 뒤지며 우리 옷감으로 만들어낸 의상도 `국산`임을 되물을 정도로 화려하다. 다만 고대 중국이 배경이지만 역사적 고증여부가 모호하고, 각종 의상 역시 동양인의 시각으로 보기엔 `국적 불명`에 가까운 게 어쩔 수 없이 드는 아쉬움이다.
사실 `투란도트`는 대부분의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사랑`이 그 주제다. 남성을 증오하는 공주 투란도트와 그를 사랑하는 이방 왕자 칼리프, 자신을 사랑치 않는 남자를 바라보는 여인 류의 이야기다. 중국의 황녀 투란도트는 구혼자에게 세가지 수수께끼를 내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사형에 처한다. 타고난 미색과 그녀가 가져다 줄 막대한 권력을 노리고 여러 남자들이 모여들고 오직 칼리프 왕자 만이 그 수수께끼를 푼다. 놀란 공주가 절망하는 사이 칼리프는 동틀 녘까지 자신의 이름을 맞추면 형장의 이슬이 되겠다고 약속한다. 공주가 군사를 동원해 그의 이름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칼리프를 사랑하던 류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칼리프는 자신의 사랑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 공주에게 스스로 이름을 알려준다. 동틀 무렵 황제 앞에 선 투란도트가 칼리프의 이름을 말했을까. 공연장에 가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02)586-5282.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