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 암흑세계

지난 주말부터 발생한 사상 초유의 인터넷 마비사태로 인해 내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디지털대학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사이버대학이기 때문에 인터넷이 불통되면 모든 학교업무가 정지된다. 수업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등교자체가 불가능하다. 교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오지만 오프라인으로 출근해 봤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우리학교는 불행중 다행으로 인터넷 마비사태 하루전인 24일 오후에 올해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해 그래도 피해가 덜했다. 하지만 인터넷 불통사태를 빚은 25일은 합격자 발표 다음날이라 그런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학생들이 아침부터 축하인사를 학교 게시판을 통해 서로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후 2시께부터 인터넷이 불통되면서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디지털대학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학교서버를 `IDC`에 보관하고 있으며 2중 3중의 보안조치와 함께 각종 바이러스 공격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업무가 중단되는 일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갑자기 학교에 나올 수 없게된(?) 학생들은 영문을 몰라 전화통이 불이 날 지경이었다. 항의와 불평도 이어졌다. “디지털대학교의 명문이라더니 서버관리도 못하느냐”, “도대체 무슨 문제로 인해 학교가 접속되지 않는지는 얘기해 줘야 할 것 아니냐”는 등 학생들의 일리 있는 항의가 줄을 이었다. 물론 잠시후 텔레비전 속보를 통해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네트워크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는 했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가시지를 않았다. 우리대학은 다행히 바로 전날 합격자 발표가 끝나 인터넷이 복구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됐다. 그러나 아직 지원이 끝나지 않은 다른 대학의 경우 황당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대학도 만약 합격자 발표중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상 초유의 인터넷불통사태를 미국의 `9.11테러` 보다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필자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필자에게는 몇시간 동안의 인터넷 불통으로 학교의 사정을 알 수 없게 되자 완전히 눈뜬 장님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날 늦은 밤 인터넷이 재개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단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암흑의 세계였다. 정말 이제 우리사회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된 정보화 사회가 된 것을 실감한 몇시간이었다. <노재봉(서울디지털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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