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ㆍ러시아 등 각국이 엔화약세에 반발하는 한편 환율방어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아베발(發) 환율분쟁이 새해 벽두부터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알렉세이 을유카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수석 부총재는 16일(현지시간) "일본이 엔가치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2월15~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동을 앞두고 올해 G20 의장국인 러시아가 이같이 경고한 점에 주목하며 다음달 회동에서 환율 문제를 놓고 대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도 전날 "유로화 가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다"면서 더 이상 유로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절하로 독일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 피해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유럽도 유로화 환율을 다른 통화에 고정(페그)하거나 환시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통화강세가 자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국가의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자국통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각국이 경제성장을 위한 통화 및 재정정책의 여력이 부족해지자 앞다퉈 환율방어로 수출확대를 노리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국가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보복을 부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우리 외환당국도 엔화약세에 대립각을 세우며 전선을 구축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적극적이고 단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포문을 연 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미세조정과 외환건전성 조치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가세하는 등 재정ㆍ통화정책 수장이 엔화약세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당국이 추가 외환규제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 상태라 외환시장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