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경기] [기자의 눈/5월 25일] 경제심리 흔들어선 안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3일. 금융ㆍ경제인들의 충격과 슬픔은 어느 때보다 깊었다. 이날 기자와 통화를 나눈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한결같이 무겁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애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태 책임을 놓고 우리 사회가 분열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비통하고 착잡하다"며 "지도자의 죽음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금융위기에도 굴하지 않아 온 금융권의 백전노장들도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한데 일반인들이야 오죽할까. 문득 기자의 뇌리에는 "경제는 심리인데…"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마침 우리 경제는 최근 모처럼 만에 싹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희망에 차 있었다. 각종 경기 지표들이 조금씩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고 자금시장에서도 역동성이 살아나는 상황이다. 이는 국민의 결집력과 저력을 경제 주체들이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대외신인도 하락 등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눈에 보이는 지표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한 경제인은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때문에 경제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죽을 병에 걸린 환자라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회복될 수 있다. 반면 의지를 잃은 환자에게는 백약이 무효하다. 정부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정책이라는 특효약을 주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요인, 사회적 분열요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처방은 무의미하다. 열쇠는 국가 정치지도자가 쥐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번 비극을 사분오열로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고 경제를 살리는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고, 노 전 대통령의 뜻을 훼손하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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