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15일] 기업은행 노조, 그들만의 투쟁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종이 아닙니다" 지난 1970~80년대 열악한 중소기업에서나 들을 수 있던 구호가 2010년 금융 공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일부터 본점 1층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습관적 야근을 줄이기 위해 퇴근시간 정상화 정도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던 것을 경영진이 올해부터 뺐기 때문이다. 노조는 "오후 10시나 11시까지 야근을 하면서 실적 압박까지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은행원들의 근무시간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일부 은행도 퇴근시간 정상화 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하지만 '하루 8시간 근무'를 요구하며 생존권을 외치는 노조 주장에 기업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눈살부터 찌푸리는 것은 왜일까. 기업은행 측은 최근 직원들의 평균 퇴근시간이 오후7시30분이어서 정상화됐다고 판단, 경영평가에서 이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은행 직원들의 1인당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8,112만원에 달한다. 평균 근속년수는 17.4년이다. 한 월간지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의 평균 근속년수는 13.7년에 불과하다.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정년보장까지 받고 있다. 기업은행을 찾는 중소기업인과 서민들 입장에서 노조 요구는 배부른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물론 근무 조건 개선요구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노조가 은행의 발전이나 고객들의 시선도 고려했으면 한다. 금융기관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최우선인데 얼굴인 본사 로비가 농성장이 되고 그곳에서 고성의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면 고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차라리 기업은행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협의회 구성제안이 낫지 않을까. 조만간 모든 공공기관에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된다. 또 금융위기 이후 금융 공기업들은 새로운 역할 모델을 요구받고 있다. 듣기 거북할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의 주인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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