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독자와 함께 역사 배운다는 마음으로 썼죠

소설 '검은 모래'로 제주4·3평화문학상 구소은 작가<br>日 거주 제주해녀 가족 삶 그려… 한일관계 관심 갖는 계기 되길


"5년전 동생이 있던 일본 미야케지마에 갔다가 조선 해녀들의 동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었다. 글을 쓰며 생각도 못했던 역사를 알게 됐고 또 스스로 많이 반성했다. 요즘 한일 관계가 어수선한데, 독자들도 양쪽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제1회 제주4ㆍ3평화문학상 수상자 구소은(49ㆍ사진) 작가는 지난 4일 작품의 첫 무대인 제주 우도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작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일본의 한국인 마을을 얘기하면 다들 일본군이 억지로 끌어간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아무도 모르고 또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꼭 쓰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수상작 '검은 모래'는 제주도 동쪽 작은 섬인 우도의 검멀레('검은 모래'의 제주도 방언) 해안에서 태어난 해녀 구월을 주인공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해녀 가족의 사연이 펼쳐진다. 딸과 증손녀로 이어지는 모계 중심의 이야기다. 구월과 증손녀 미유의 얘기가 번갈아 나오며 해녀로서의 삶과 재일 조선인으로 불가피한 차별, 재일조선인연맹(조련)ㆍ재일조선거류민단(민단)으로 대표되는 재일동포끼리의 갈등 등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제목 '검은 모래'는 오래 전에 분출된 화산재로, 주인공 구월이 태어난 제주 우도와 죽어 뿌려지는 일본 미야케지마 해안에 모두 있다.


그는 "지난 3월 당선되고 이제 책까지 나오니 작가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 알음알음으로 등단하기보다 꼭 공모를 거쳐 당선되고 싶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작품을 구상하고 여기에 오기까지 꼭 5년이 걸렸다. 현지 취재가 어렵고 일본어도 몰라 마이니찌ㆍ아사히 등 예전 일본신문을 보며 공부했다. 특히 예전엔 몰랐던 일본적십자사와 북송선 같은 과거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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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본 내 한국인 차별에 대해 "일본 사람들 얼굴이 3개라는 얘기처럼, 평소에 특별히 역사의식이 없어 보여도 한일문제ㆍ재일동포 등 몇 가지 키워드를 건드리면 바로 표가 난다. 하프(부모 중 한 쪽이 한국인인 '반쪽 일본인'), 쿼터(하프 2세가 일본인과 결혼해 한국인 혈통이 1/4이라는 뜻) 등 차별은 여전히 견고하게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차기작도 역사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작품 배경은 현대이지만 바탕은 모두 역사 속에서 거슬러온 이야기다. 나도 배우고 독자들도 이 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4ㆍ3평화문학상은 제주4ㆍ3운동 및 평화ㆍ인권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12년 제정한 상으로, 소설 7,000만원, 시 2,000만원을 내걸고 내달 20일까지 2회 수상작을 모집하고 있다. 조명철 운영위원장은 "제주도는 대문ㆍ거지ㆍ도둑 없는 '3무(無)'로 유명했지만, 3만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제주 4ㆍ3사건을 거치며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이를 완전히 해소하고 다시 평화로운 고장으로 돌아가는 데 문학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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