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주병 시리즈’라는 코미디 프로가 인기를 끌면서 자신의 용모나 처지에는 전연 개의치 않고, 공주인 듯 착각하는 여성들이 급증했다. 남들 앞에 내보이기를 좋아하는 일종의 과대망상증이라 할 수 있는 심리현상인데, 최근에는 ‘명품족’으로 진화되었다.
인간의 내면에는 누구나 이러한 증상이 있기 마련인데, 실상 중세 유럽의 공주들은 한겨울이면 잘 곳이 마땅치 않아 혼숙을 해야 하는 처지라 이른바 공주 체위가 탄생했다.
‘기사와 여자는 옆으로 눕는다. 기사가 다가가 포옹하면, 여자는 실을 잃은 심볼을 계곡으로 인도한다.’
중세시대 유행했던 체위를 묘사한 글인데, 여자는 치마만 걷어 올리고, 남자는 지퍼만 내린 채 모포로 가리고 주위 사람들이 눈치 챌 수 없도록 조용히 사랑을 나누었기에 게으름뱅이 체위라고도 한다.
16세기까지 왕족들이 생활하는 성(城)은 겉보기에는 호화스러웠으나, 벽난로가 설치된 방은 몇 개 되지 않았다. 따라서 공주들은 넓은 방에서 시종들과 한데 어울려 잠을 자야했으니, 시종에는 여종뿐만 아니라 남자인 호위병과 기사까지 포함되었다. 보통 한 방에 50여명의 남녀가 혼숙을 했는데, 성에서 결혼식이나 장례식 또는 무도회 같은 행사라도 열리면 그야말로 칼잠을 자야했다.
해서 공주에게 흑심을 품은 남자 시종들이 곤히 잠든 공주의 몸을 더듬거나, 입술을 빼앗는 불상사가 빈번했다. 이와 반대로 바람기 있는 공주들은 매일 밤 마음에 드는 남자 시종을 곁으로 불러 음욕을 즐기기도 했다. 그에 따라 당시 궁정에서는 공주 체위가 널리 애용되었으니, 공주들은 오히려 극도로 흥분을 절제하면서 사랑을 나눌 정도로 비참한(?) 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남성들에게도 여성의 공주병에 해당하는 성적망상증이 있으니, 바로 ‘변강쇠병’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하룻밤에도 몇 번씩이나 한다거나, 자신의 심볼이 발기되면 걷기조차 불편하다는 등 정력을 과장되게 포장하는데, 정력이 곧 남성다움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부부관계에도 문제가 많고, 신체적인 성기능에도 장애가 있음에도 한국 남성들은 누구나 변강쇠임을 자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각종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이 성기능 장애나 성적 콤플렉스 등으로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체면을 중시하는 허위의식으로 인해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어도 차마 창피하여 병원을 찾지 않고 있다.
병은 알려야 낫는다고 했다. 일부러 주위에 광고하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말끔하게 치유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나친 콤플렉스도 문제지만 ‘공주병’이나 ‘변강쇠병’ 역시 문제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