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총재가 한달 가까이 되도록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흐름이 급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이례적이다. 자연스럽게 오는 7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 이후 이성태(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꺼낼 경기 판단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가 지난달 10일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면서 기자들과 접촉한 이후 대외 발언을 일체 꺼내지 않고 있다. 경제동향간담회 등 내부 행사가 있었지만, 이 총재의 발언은 한달 가까이 되도록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이 총재가 이처럼 두문불출하다시피 한 것도 거의 없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중립 금리’와 ‘인플레 사전 대응’을 강조하면서 줄곧 금리를 올리기 위한 정지 작업을 벌여 왔고, 세간에는 “‘매파 이성태’의 입을 주목하라”는 분석까지 나왔던 터였다. 때문에 한은 내부에서는 총재의 발언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대두돼 왔고, 때문인지 지난달 금리를 올리고 “중립 금리 수준에 비슷하게 왔다”고 발언한 이후에는 일절 대외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취임 이후 이 총재의 공격적인 행보에 시장이 젖어 있는 탓일까. 오는 7일 금통위를 앞두고 차츰 이 총재가 판단하는 경기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달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 거의 100% 확실하다고 예상되는 만큼, 금리 움직임보다는 경기에 대한 시각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 경 기 모습은 두어 달 전에 봤던 것보다는 하방 위험이 생겼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면서도 회복국면에 있는 큰 경기흐름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은도 ‘소프트패치’(경기 상승기조 속 일시 둔화)라는 시각 자체는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달 동안 나온 각종 경기 지표, 특히 산업활동동향 등을 바라볼 때 경기 하강의 기운이 뚜렷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재가 경기를 보는 시각도 다소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한은 내외부의 판단이다. ‘하강’의 표현을 어느 정도 수위로 할 것이냐는 것인데, 내려 앉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한은 내외부의 분석이다. 자칫 경기 하강에 대한 ‘완벽한 진단’이 섞인 발언을 꺼낼 경우 곧장 ‘금리 조기 인하론’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7일 금통위에서 이 총재가 꺼낼 경기 인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