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정통 일식 돈가스 1,900원에 맛보세요"

■ 창업이야기


올해 창업시장의 화두는 단연 ‘가격파괴’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몸부림은 외식, 음료, 공산품, 쇼핑몰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창업 전문가들은 “저가 전략이라도 최소한의 품질이 뒷받침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비자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저가 아이템은 창업시장에서 퇴출 대상 1호라는 것. 본사서 모든 식자재 공급·돼지고기 공동구매로 '가격파괴'
고구마롤·단호박가스등 메뉴도 다양… 포장손님 줄이어
2년새 매장 70개… 배식·퇴식 셀프화해 혼자서도 운영가능
지난 2007년 3월 ‘와우돈가스1900’(www.wowdon.co.kr)을 론칭한 김동현 미당프랜차이즈 사장의 핵심 전략은 ‘품질을 유지한 가격파괴’다. 가게 이름 그대로 정통 일본식 돈가스를 1,900원에 판매하면서도 양은 양대로, 맛은 맛대로 유지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는 전략이다. ◇돈가스 품질은 유지하며 가격파괴= 서울 개봉동에 위치한 와우돈가스1900의 46.2㎡(14평) 규모 매장은 불황 속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손님들이 가득하고 돈가스를 포장해 가려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 김 사장은 “가격에 반한 고객들이 맛과 양에 만족해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사장은 1,000원 김밥 전문점 ‘맛밥’을 운영하면서 저가 돈가스의 시장성을 확인했다. 김 사장은 “김밥 전문점을 운영해보니 3,500~4,000원에 팔던 돈가스를 포장해 가는 손님이 의외로 많았다”며 “이에 불필요한 재료를 모두 빼고 계산해본 돈가스 최저 가격이 2,000원대였고 숫자 마케팅 차원에서 가격을 1,900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와우돈가스1900에서는 1,900원짜리 돈가스 외에 ‘고구마치즈롤가스’, ‘단호박롤가스’ 등 더 푸짐한 돈가스들도 돈가스 전문점보다 저렴한 4,500원에 판매한다. 돈가스 가격이 저렴한 대신 밥은 따로 300원에 제공한다. 돈가스 가격을 낮춘 비결은 원재료인 돼지고기 공동구매와 주방 인건비 절감. 김 사장은 와우돈가스1900의 돈가스용 돼지고기와 맛밥의 김밥용 햄을 한 곳에서 공동 구매해 구매원가를 낮추고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생산공장과 물류센터를 통해 모든 식자재를 공급, 가맹점의 원재료비 부담을 낮췄다. 또 돈가스 재료를 가맹점주가 받아서 바로 튀겨 손님에게 내놓을 수 있도록 완제품에 가까운 형태로 공급하고 테이크아웃 서비스도 실시해 주방 인건비를 줄였다. 김 사장은 “돈가스 가격은 1,900원이지만 5,000~6,000원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며 “가맹점의 하루 돈가스 판매량이 최대 300개에 달할 정도로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손님들은 값이 싸더라도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맛이 떨어지면 바로 발길을 돌린다”며 “낮은 가격에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불황에 강한 아이템= 와우돈가스1900은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70여개의 가맹점을 확보했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저가 외식시장이 뜨면서 와우돈가스1900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김 사장은 “가격파괴는 불황기에 더 큰 효과를 내는 아이템”이라며 “최근 명예퇴직자와 주부, 청년 실업자들의 창업 문의가 늘어나 올해 안에 가맹점을 150개 정도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어 “소비가 위축되고 원재료비가 치솟으면서 음식점들의 폐업이 늘고 있어 안타깝다”며 “생계를 위한 소자본 창업의 경우 무엇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데 초점을 두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우돈가스1900은 소형 점포로 창업이 가능해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적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주방 동선을 간소화하고 배식과 퇴식을 셀프화해 혼자서도 33㎡(10평) 규모의 점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주방을 매장 앞에 배치, 고객이 문을 열고 바로 테이크아웃할 수 있도록 한 구조도 점포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 같은 투자비용 및 인건비 간소화로 가맹점들은 평균 30% 안팎의 안정적인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와우돈가스1900의 창업비용은 33㎡(10평) 기준으로 가맹비 500만원, 인테리어 1,200만원, 주방설비 550만원, 주방집기 300만원, 보증금 200만원 등 모두 3,450만원 정도가 든다. 김 사장은 앞으로 가맹점들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단골 고객을 위해 영화티켓이나 반찬 제공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점심시간 이후 오후 3~5시에 가격을 할인해주는 해피타임 서비스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자재 유통 노하우가 가격파괴 원동력= 김 사장이 저가 외식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까지는 식자재 유통업을 직접 운영하며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김 사장은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선배가 운영하는 식자재 유통업체에 들어갔고 이후 선배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직접 운영에 나섰다. 하지만 김 사장은 외상거래라는 암초를 만나 좌절을 겪게 된다. 당시 현금 흐름에 곤란을 겪던 거래 업체들이 외상거래를 부탁하자 김 사장은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IMF 외환위기로 거래처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김 사장에게는 외상대금 20억원이라는 큰 빚만 남게 됐다. 김 사장은 “당시 벼랑에서 떨어진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젊은데 죽을 각오로 하면 무엇인들 못 할까’라는 패기는 남아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사장은 1999년 실패를 맛봤던 식자재 유통업에 다시 도전했다. 그는 “하루 2~3시간 이상은 자 본적이 없고 주문량이나 주문시간에 관계없이 부르기만 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식자재를 거래처에 공급했다”고 말했다. 실패 경험을 통한 철저한 현금거래 원칙과 성실함을 앞세워 거래처가 1년 만에 1,000개로 불어나며 김 사장은 재기에 성공했다. 이 같은 식자재 유통 노하우에 힘입어 김 사장은 김밥 전문점 ‘맛밥’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했고 와우돈가스1900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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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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