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보니 산하조직 하나를 놓고 5개 부처가 서로 다투는 볼썽 사나운 광경도 연출되고 있다. 기금 90조원를 보유한 우정사업본부는 기획재경부와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새 정부에서는 안전행정부), 국토해양부(국토부), 새로 생기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정보통신 기능을 넘겨줄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자기 밑에 둬야 한다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마치 '죽은 송아지를 먹어 치우는 하이에나'를 연상케 한다. 통상교섭본부는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가 서로 대립하고 있고 문화관광부도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겨줄 콘텐츠 분야 때문에 몸이 달았다.
공무원들은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에 '보다 효율적인 행정'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난 2008년 우정사업본부를 가져간 지식경제부는 서울지방우정청이 있는 포스트타워 21층에 장관 집무실을 따로 만들었다. 2011년에는 서울지방청장 자리를 지경부 간부가 차지했다. 부처들이 왜 더 많은 산하단체와 업무를 가져오려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상당수 부처가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처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조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식구를 챙기기 위해, 좀 더 큰 파워를 갖기 위해 서로 빼앗고 헐뜯는 행위는 공복의 본분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부처 간 이해다툼의 아수라장에서 새로 출범할 정권은 무게중심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 공무원들의 집단이기주의에 휘말려 인수위의 밑그림이 크게 바뀐 5년 전의 상황이 반복된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롭게 의지를 다져야 할 순간에 관료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물이 흐려져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에 물가인상으로 주름살이 늘어난 서민들이다. 부처 간 진흙탕 싸움으로 국민들이 더 짜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