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일부 예외는 있지만 부자 나라일 수록 더 많은 메달을 따는 경향이 있으며 이 경향은 최근 더 강화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952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의 국가들이 메달의 35%를가져갔으나 2000년에는 이 국가들이 42%를 휩쓸었다고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경제규모가 한 국가의 올림픽 메달 수에 주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알려졌지만 한 국가가 획득한 메달 수를 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볼 때이번 올림픽에서 GDP 1달러당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나라는 에리트레아"라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7일까지 각국이 획득한 메달을 GDP와 비교했을 때 7억3천400만 달러의 에리트레아는 육상 남자 1만m 경주에서 동메달 하나만을 땄지만, GDP를 1천억 달러로 놓았을 때 그에 비례한 획득 메달 수는 136개로 늘어난다.
그루지야는 두 개의 금메달과 두 개의 은메달을 땄지만 1천억달러 GDP를 기준으로 하면 101.6개의 메달을 따게되며, 마찬가지 계산으로 에티오피아는 90개로 3위, 몽골은 84개로 4위, 아제르바이잔은 70개로 5위를 각각 차지한다는 것이다.
GDP 11조 달러의 미국은 GDP를 1천억 달러로 줄여놓으면 메달 수가 0.83개에 그치며 중국은 4개로 중간이다.
이와 관련 다트머스대학 경영대학원의 앤드루 버나드 교수는 한 국가의 메달 획득을 예상하는데 있어서 GDP는 유일하게 최고의 요소라면서 "경제력만을 보게되면 전체 메달획득의 60%는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들 중에서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나라들은 그에 걸맞게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중국의 경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포함 28개의 메달을 획득하는데 그쳤으나, 2000년에는 금메달 28개를 포함한 59개를 획득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폐막을 3일 남겨놓은 27일 현재 57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메달 수와 GDP의 상관관계는 과거 냉전시대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을 집중 육성했던 옛소련권 국가들의 체제가 무너지거나 자본주의로 변하면서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소련과 동독이낮은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모두 미국보다 더 많은 메달을 획득했었다.
이후 러시아는 금메달리스트에게 5만달러의 보상금을 주는 등 각국이 메달리스트에게 금전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것은 거대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 부여되는 금전적 동기와 비교할 수 없다.
예컨대 중국이나 러시아 당국의 금전적 보상은 최고 미국선수들이 상업광고 등에 출연해서 얻은 액수나 업체들로부터 받는 후원에 비교할 수 없다. 올림픽 6관왕인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비자카드 광고에 출연하는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유한 국가일수록 첨단 보트나 사이클, 봅슬레드 등을 만드는 스포츠 과학이 발달하고, 가난한 나라의 운동선수들이 부유한 나라로 옮겨가는 경향마저 생겨났다. 불가리아의 역도선수들은 카타르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가로 100만달러를 받기도 했다.
더 중요한 요소는 유능한 코치들이 거액을 받고 부유한 나라의 대표팀을 가르친다는 사실이다. 올림픽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바 있는 데이비드 월레친스키는 "옛 공산국가들의 경제가 붕괴되면서 체조나 피겨스케이팅 등의 많은 코치들이 미국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항상 메달 획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스포츠에 재능있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농구,야구, 미식축구, 테니스 등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월레친스키는 "미국에서는 역도에서 금메달을 따도 일주일 뒤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만 러시아에서는 역도에서 금메달을 따면 영웅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구가 많아 스포츠에 재능있는 유전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문화적 전통 때문에 메달을 많이 따지 못하는 나라들도 있다. 예컨대 인도는 여자 선수들의스포츠 참여를 장려하는 문화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메달을 얻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