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현대와 LG의 코리안 시리즈가 한창이다.
인천에서 열린 1차전에서 현대의 정민태 선수는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앞세워 LG타자를 8회까지 무실점으로 묶었다. 야구에서 강속구 투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도 한다.
스포츠 경기중 공이 가장 빠른 종목은 무엇일까. 「최고 스피드상」은 골프에게 돌아갈 것 같다. 장타로 맞은 골프공의 최고속도는 보통 시속 273㎞. 빠른 직구의 두 배에 해당하는 무시무시한(?) 속도다.
골프공을 이처럼 빠르게 만드는 것은 공 표면에 수없이 움푹 파인 구멍(딤플)이다. 야구는 어떨까. 야구공 표면의 솔기(실밥)가 커브 등 수많은 변화구를 만든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사실 이 야구공의 솔기는 강속구 투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투수가 매끄러운 공을 던진다고 가정하자. 공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날아가면서 공 앞쪽에는 공기 분자가 압축된다. 뒤쪽에는 소용돌이 모양의 항적(航跡)이 만들어진다. 항적이 클수록 공의 앞쪽과 뒤쪽의 압력차가 커진다. 「항력」으로 불리는 이 압력의 차이가 공의 속도를 떨어뜨린다.
실밥이 달린 공을 생각하자. 공이 공기속을 날아갈 때, 공기분자는 공에 부딪쳐 흩어진다. 이때 솔기 덕분에 공 표면에는 작은 난기류가 생기고, 공기는 공에 오래 붙어 있게 된다. 공 뒤쪽에 생기는 항적의 크기도 줄어든다. 항적이 적을수록 항력도 줄어들고 공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만일 솔기 없는 공을 사용한다면 야구장을 넘기는 대형홈런도,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김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