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집값 급등기에 1억3,000만여원의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입한 회사원 최모(35)씨는 요즘 가슴 한구석이 턱 막힌 듯 답답하기만 하다.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출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가 처음 대출받을 때의 금리는 5.5%대로 월 이자가 54만여원에 불과했다. 집값이 연 이자인 650만여원 이상은 충분히 올라줄 것으로 자신했기 때문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콜금리가 세 차례나 오르면서 최씨의 대출 금리는 6.30%, 월 이자는 66만여원으로 불어났다. 9일 전해진 또 한번의 콜금리 인상 소식에 다급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본 최씨는 또다시 탄식을 뱉어냈다. 월 이자 70만원, 연간으로는 840만여원까지 부담이 커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불과 9개월여 만에 월 16만원, 연간 200만원이나 이자가 비싸진 것이다. 최씨가 3억원에 산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2억8,000만원으로 오히려 내려앉았다. 그나마 집을 사겠다는 매수 문의도 가물에 콩 나듯 한다는 게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장 침체 탓에 ‘그래도 기다리면 집값이 오르겠지’하던 기대감은 ‘이대로 주저앉는 게 아닐까’ 하는 무력감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달 연속 콜금리 인상을 전격 결정하면서 가뜩이나 거래 부진에 시달리는 부동산시장이 다시 한번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거의 매달 오르는 이자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매도 기회를 엿보려고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이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 역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기존 대출규제에 더해 금리까지 올라 섣불리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됐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는 분위기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과 4만6,000여건에 달하는 처분 조건부 대출 등으로 ‘매물 폭탄’의 우려마저 감지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 비춰보면 금리인상은 분명 커다란 악재다. 자칫 기다리던 가을 이사철이 와도 별다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한 차례의 인상 폭은 크지 않아도 그 효과가 누적되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는’격으로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주택의 경우 보유비용이 올라가고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앞으로는 부동산 투자상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금리인상이라는 악재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도금 대출 폭도 크게 제한된 마당에 금리까지 오르면 청약 수요자의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자산가치 상승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며 “다만 당분간은 매수-매도 간 눈치보기에 따른 횡보장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매물폭탄' 현실화되나
'대기성 매물' 매도 부추길듯 부동산시장이 9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소식을 쉽게 흘려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가뜩이나 올 하반기 '대기성' 매물의 충격파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장은 겉으로는 거래가 없고 집값이 약보합을 유지하며 평온해보이지만 속으로는 대기성 매물들이 금세라도 폭발할 듯 꿈틀거리는 듯한 '정중동'의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인상 효과까지 얹어지면 시장의 균형추가 매도 우위로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있다. 대기성 매물이란 정해진 시한 내에 팔아야 하는 집을 통틀어 말한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이 투기지역의 아파트를 한 채 더 구입할 때 1년 안에 처분하겠다는 조건으로 추가 대출을 받은 '처분조건부 대출'이 대표적인 경우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처분조건부 대출만 4만6,000여건에 달한다. 과거 양도소득세 특례를 적용받았던 아파트도 대거 매물로 나올 조짐이다. 수도권에서만 줄잡아 4만5,000여가구로 추산되는데 내년부터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사라져 연내 처분하는 게 좋다. 이밖에 기존 주택을 1년 안에 팔아야 양도세를 면제받는 일시적 2주택자도 적지않다. 이런 정도의 매물을 받아낼 만한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연이은 금리인상 소식은 매도 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매수 심리는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