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통화스와프]고비 넘겼지만…'글로벌 R의 공포'는 여전

최대 난제 외화유동성 수혈로 일단 금융시장에 단비<br>"폭풍이 몰아 치는데 우산 하나 더 받아온 것과 비슷"<br>글로벌 경기침체 본격화땐 다시 출렁거릴 가능성 커


“폭풍이 몰아치는데 우리나라만 우산 하나 더 받아온 것과 비슷하다.”(3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폭풍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닌 만큼 들뜰 일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물론 미국으로부터 달러 유동성 수혈은 대형 호재임에 분명하다. 외환ㆍ증시 등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이 기대되고 소비심리 개선,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개선, 기업들의 자금경색 완화 등으로 실물경제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글로벌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태풍이 내년부터 수출ㆍ내수ㆍ투자 등 우리 실물경제를 본격 강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신용경색이 여전해 기업 유동성 위기 등이 불거지면 또 한번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 ◇일단 국내 금융시장에 단비=30일 한국의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외국환평형기금 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7%로 하루 사이에 1%포인트나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의 외화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최대 난제였던 외화 유동성 경색이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여러 불안심리로 달러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달러 유동성 부족은 물론 원화 유동성 부족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ㆍ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이번 협정체결 자체만으로 금융불안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율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간접적으로 증시에도 호재”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등 정책운용에도 숨통=정부로서는 ‘달러 고갈’이 다소 해소되면서 경기부양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최근 유가 하락에다 환율 안정까지 기대되면서 물가상승 압박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물가와 경기,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던 부담을 덜고 재정 확대, 건설경기 부양 등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금리정책의 변화도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경기 방어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자본의 유출을 우려해 금리인하를 주저해왔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이날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로 통화정책도 길게 보고 여유 있게 운영해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기대한다”고 말해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실물 부문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 불안→소비심리 위축 및 기업 유동성 위기→금융 불안’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키코(KIKO) 피해 기업의 환차손을 덜어주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R의 공포는 여전=하지만 낙관도 이르다. 달러 발권력을 지난 미국 경제 자체가 불안한데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30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인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는 등 심각한 후퇴 국면에 진입한 상황이다. 대외 여건에 민감한 우리로서는 시련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다. 특히 소비ㆍ건설ㆍ설비투자 등 3대 내수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가운데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게 우려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9월1~20일 집계) 수출은 377억5,000만달러, 수입은 396억5,000만달러로 18억9,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142억달러에 이른다. 더구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ㆍ아세안 국가의 수출 증가율이 대폭 둔화된 게 부정적인 요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수출 증가율은 한자릿수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시중 유동성이 개선되더라도 내수침체와 맞물려 중소기업ㆍ가계 파산 가능성 등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기초체력이 약해지면 조그만 충격에도 금융시장이 또 한번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은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야, 증시는 기업 유동성 문제와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근본적인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경상수지의 경우 10월에 10억달러 이상의 흑자가 예상되는 등 점차 개선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하지만 수출업체들이 과거 선물환 매도 등으로 미리 달러화를 팔아놓았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올들어 9월 말까지 무역수지가 14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수출기업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661억달러에 달해 대조를 보였다. 주식시장도 C&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가능성 등 기업 유동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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