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과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의 결전을 앞둔 바그다드는 이미 5일간의 공습으로 도심 곳곳이 폐허가 된 모습이었다.
검은 연기가 수십개에 달하는 원유저장 참호를 짙게 뒤덮었고 5일간의 공습으로 행정구역은 폐허로 변했다. 거리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고 도시의 방공시스템은 이미 망가져 미 전투기의 비행소리가 들리기 직전에 공습해제 사이렌을 울리기도 한다. 또 주민들 사이에서는 후세인 측근들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종군기자 수전 골든버그는 24일 바그다드 현지 표정을 이처럼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폭격을 당한 이라크 보안청사 건물 옆의 이라크 화가연맹 건물에서는 한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모여들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여유도 목격됐다.
한편 티그리스강에 미 전투기 1대가 이라크의 대공사격을 받고 추락해 조종사 1명은 체포되고 1명은 강둑을 따라 도망쳤다는 소문에 많은 라쉬드 다리 위에서는 수백명의 운전자들이 차를 버려 둔 채 난간 위로 목을 빼고 수색작업을 구경했다.
미 해병대 소속의 한 호위대는 24일 나시리야에 진입하면서 어린이들이 식량을 달라고 호소하는 등 기아에 굶주린 이라크 민간인들을 만났다고 프랑스 AFP 통신이 전했다.
바그다드에 남아 있는 한 태국인 법과대학생은 현지의 생생한 폭격장면을 방콕의 `더 네이션`지에 매일 기사로 싣고 있다. 연합군의 주요 타격 목표인 이라크 대통령궁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워니치 암누아폰(30)은 “전도시가 불길에 훤하게 빛났고 거대한 연기구름이 하늘에 걸려 있다. 이때 미사일이 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를 날아갔고, 나는 공포에 질렸다”며 지난 21일 밤 연합군의 바그다드에 대한 공격을 묘사했다.
우정아 기자
<미주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