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주름잡던 거대 기업들의 쇠퇴는 경영실적의 일시적인 후퇴가 아니라 생산성, 품질, 기술 등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기술 등 핵심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거대기업 쇠퇴에서 배우는 교훈’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GM의 몰락과정을 분석하면서 ▦기술ㆍ신차개발의 지연 등 제품경쟁력의 약화와 ▦과도한 복지비용 및 대립적 노사관계 ▦유가ㆍ금리의 상승 ▦해외업체의 공세 등을 경영실패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이 보고서는 반면 ‘오늘이 아무리 좋아도 내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자세로 항시 긴장을 유지해 온 도요타를 예를 들어 한발 앞선 구조조정과 혁신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금-생산성 ‘역비례의 함정’= 공교롭게도 GM의 몰락원인은 오늘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각종 악재에 휩싸여 비상등을 켠 한국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도요타의 긴장 섞인 내핍경영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신기술 등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연구개발 투자는 더욱 확대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비상경영을 통한 원가절감을 강도 높게 촉구하면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투자는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이 도요타와 비슷하다”는 식의 자만심에 빠져 핵심역량의 강화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자동차의 초기 품질부문에서 이미 세계수준에 도달했지만 내구성 부문에서는 아직 일본업체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생산성은 일본업체의 50~60% 수준에 그치고 있고 연구개발(R&D) 투자규모 역시 도요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임금은 생산성과는 정반대로 오르는 ‘역비례’ 현상마저 고착화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근로자의 1인당 생산대수는 도요타의 53.9%, 1인당 매출액은 34% 수준”이라며 “하지만 임금은 지난 87년 이후 17년간 고율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술 개발 등 미래 핵심역량 키워야=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은 생산기반이라는 본체가 얼마나 튼튼한 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이미 임금과 생산성이 역비례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걸려든 데 이어 환율 등 주변환경마저 악화되자 매출액은 물론, 영업이익률 등이 최근 2~3년 새 급속히 나빠지는 등 생산기반이 허약해 지는 추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런 추세가 조금만 더 길어지면 중장기적인 성장동력마저 상실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오는 2010년까지 5년간 2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의 수익성과 고비용 구조를 감안하면 투자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향상과 ▦비용절감 ▦미래 대비형 R&D 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거대 기업들의 쇠퇴는 대부분 본업을 소홀히 하는 데서 비롯됐다”며 “국내 자동차 업계 역시 신기술 개발 등 핵심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지 않으면 GM의 경우처럼 언제든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품경쟁력 높여야 고품질車 나온다" 현대모비스, 첨단 모듈·신기술 개발등 박차 '국산차의 품질 경쟁력은 우리가 이끈다.'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품은 대략 2만 여 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 90년대 후반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60~400여개에 이르는 부품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모듈부품'이 완성차 조립라인에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모듈 부품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조립공과 부품의 수 절감을 통해 차량의 경량화를 유도하는 한편 첨단 소재ㆍ기술 적용을 통해 완성차의 경쟁력을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ㆍ기아차의 주요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가 이 모듈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모듈의 개발을 통해 양산차종에 속속 투입하면서 이들 차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국내 기술연구소와 북미 디트로이트 연구소, 독일 프랑크푸르트 기술연구소, 중국 상하이 기술시험센터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활용, 부품 경량화와 통합화 및 각종 첨단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ㆍ기아차의 국내외 생산공장에 대한 안정적인 모듈공급을 위해 조만간 슬로바키아 모듈공장, 인도 모듈공장, 중국 베이징 범퍼공장 등을 추가로 완공해 기존 국내 8개ㆍ해외 8개 공장과 더불어 글로벌 부품 경쟁력을 강화시켜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