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분기 성장률 추락/의미ㆍ내용ㆍ전망] 소비 꽁꽁… 하반기도 낙관못해

막상 뚜껑을 여니 불황의 파고가 예상보다 컸다. 특히 내수로 일어선 위환위기 이후의 한국경제가 다시 소비위축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불길한 징조다. 소비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한 동인(動因)이었으나 결과는 `신용불량자 300만명양산`과 `카드사 경영위기에 따른 금융불안`으로 되돌아왔다. 다시 말해 소비측면에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수출과 건설투자가 그런대로 버터줘 성장의 지지대역할을 했지만 환율이 속락하고 만성적인 부동산투기로 몸살을 앓는 등 경제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라크전쟁과 사스공포가 해소돼 하반기 이후는 괜찮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글쎄?`로 요약된다. ◇경제성장률 급전직하=한국은행은 지난달 올 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4.1%로 크게 낮추고 1ㆍ4분기 성장률도 3.9%로 하향조정했다. 이미 1ㆍ4분기가 지난 뒤에 나온 수정전망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3.7%)는 더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지난 2001년 4ㆍ4분기(3.5%) 이후 5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계절변동요인을 감안한 GDP는 전기대비 0.4% 감소해 2000년 4ㆍ4분기(-1.2%)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망과 결과치의 차이인 `0.2%포인트`는 `낙관`과 `현실`의 괴리를 상징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불경기가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줄곧 하반기 이후를 긍정적으로 전망해왔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3,4월 기회있을 때마다 “지금이 경기저점”이라고 강조했고 최근에도 “지금이 가장 나쁘다”라고 되풀이하고 있다. 또 “경기회복이 U자 커브에 가까울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상태로 한 달여만 지나면 2ㆍ4분기도 끝나고 하반기가 시작되는데도 경기회복조짐도, 호재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소비위축심각=경기가 급속히 가라앉은 것은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이르는 민간소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99년부터 4년동안 소비가 성장을 주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1ㆍ4분기 민간소비증가율은 0.9%로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경제난이 심각했던 98년(연평균 -11.7%)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해 연평균 증가율(6.8%)에도 크게 못미쳤다. 에어컨ㆍ무선전화기 등 내구재 소비가 7.4% 감소했고, 의류ㆍ서적 등 준내구재 소비도 2.8% 줄었다. 운수ㆍ숙박 등 서비스 소비도 1% 증가에 그쳐 지난해(7.4%)에 비해 크게 위축됐고 증가세가 가파르던 통신(-0.5%), 오락ㆍ문화(-0.2%), 교육(-0.2%) 소비까지 감소했다. 이라크전쟁ㆍ북한핵에 이어 사스까지 돌출하면서 소비심리가 움츠러든데다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이 겹치면서 좀처럼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부문을 포함한 전체 소비지출 증가율은 1.2%로 지난 98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수출ㆍ건설투자로 지탱=이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출이 견조세를 보이고 건설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출(물량기준)은 반도체ㆍ자동차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년동기대비 17.3%(서비스 수출 포함) 늘었다. 지난해 연간실적(14.9%)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8.1%로 지난해(3.3%)에 비해 크게 높아졌지만 사회간접자본( SOC)이 아닌 건물 건설투자 증가(14%)가 대부분이어서 성장의 질은 그리 좋지 않다. 대표적으로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설비투자증가율은 1.6%로 하락했다. 전분기(8.2%)나 지난해 증가율(6.8%)에 비해서도 현저히 위축됐다. 생산부문에서는 농림어업이 지난해 –4.1%에서 4.8% 성장으로 돌아서고 건설업이 3.3%에서 8.8%로 높아진 것 외에는 서비스ㆍ광공업ㆍ전기가스수도업 등 모두 전년평균과 전분기 증가율을 밑돌았다. 특히 서비스업은 작년 평균 8.8% 성장에서 1ㆍ4분기에는 2.1%로 추락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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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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