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0일 영국의 가디언지는 패션 브랜드 MCM에 대해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은 가라. 21세기 글로벌 노마드를 위한 '잇백'은 MCM"이라고 극찬하며 대서특필했다.
독일 브랜드인 MCM은 지난 1990년대 대단한 인기를 끌다가 글로벌 위기를 겪으며 2005년 한국의 성주그룹에 인수돼 재도약에 성공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인기는 글로벌 명품을 능가할 정도다. 심지어 한 중국인 고교생이 MCM의 모든 백팩 라인을 소장하고 있으며 자신을 위한 맞춤형 가방을 주문하고 아이돌 '엑소'와의 협업 소식에 수억원을 쾌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급기야 짝퉁까지 출몰할 정도로 MCM은 이제 당당히 명품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중국에 뿌리를 내린 지 올해로 18년 된 이랜드 역시 현지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브랜드다. 이를 발판 삼아 만다리나덕 등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며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고급 백화점의 척도는 '이랜드 브랜드가 몇 개 입점해 있느냐'에 달려 있을 정도로 파워는 막강하다. 특히 중국에서 이랜드의 '티니위니' '스코틀랜드' '후아유' 가격은 국내보다 30% 이상 높게 책정될 만큼 고급 브랜드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두 브랜드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에서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작 브랜드 소유국인 국내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 김성주 회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은 MCM을 '한국의 요람에서 키워낸 글로벌 베이비'라고 여긴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주장과 달리 상당수 한국인 마음속에는 MCM을 독일의 럭셔리 브랜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국내 젊은 여성들은 "같은 값이면 루이비통을 산다" "MCM을 지닌 또래집단이 별로 없다"고 시큰둥해 한다. 또 국내에서 덜 알려진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 명동 매장에 중국인들이 몰리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해당 브랜드들은 섭섭하다는 반응이다. 유독 한국인만이 우리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 브랜드는 동경하지만 정작 토종 브랜드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심하다.
그렇다고 해도 고객이 인정하지 않는 브랜드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힐 뿐이다. MCM과 이랜드는 물론 국내 유명 브랜드가 진정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야박한 국민을 탓할 게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