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널리 퍼져있는 가운데 금리인하의 적합성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극히 경제적이어야 할 이 논의에 민주당이 정치논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의 경제여건에서 금리인하가 적합한 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금리인하에 찬성하는 쪽은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교과서적 기대효과를 말하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넘쳐나는 유동성, 실질금리의 마이너스화, 부동산 투기의 폭발가능성 등으로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찬성이 이론에 근거한 것이라면 반대는 현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겠다.
경기부양 효과가 없이 부작용만 있다면 금리인하는 해서는 안 된다. 그 점에서 금리인하 여부는 다소간의 경기부양 효과를 위해 큰 부작용을 무릅쓸 것인가의 판단인 셈이다. 경기위축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된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조치다.
논란은 박승 한은총재가 지난달 30일 갑자기 종전의 입장을 바꿔 금리의 인하가능성을 시사한 데서 비롯됐다. 박총재는 북한 핵 문제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파동으로 경제성장률이 4%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종전의 중립적인 기조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박총재의 입장선회는 공교롭게도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에게 금리인하 및 추경편성을 주요 골자로 한 경기부양책을 보고하고 난 뒤의 일이어서 외압설과 함께 한은 독립성 훼손 시비를 초래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는 시점에서 한은이 금리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 적극적인 의도 말고도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에 한은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듣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의도였던 간에 금리인하로 예상되는 부작용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박총재의 발언은 성급했다는 평가다. 그 때문에 한은 노조는 유례 없이 금리인하의 타당성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내부로부터의 신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금리인하가 부동산투기를 부채질해 계층ㆍ지역간 위화감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는 민주당의 정치논리까지 가세했다. 경기부양책을 지지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7일 민주당의 수뇌부로부터 금리인하 반대의견을 듣고 난 뒤, 한국은행에 그 같은 견해를 전달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 대통령이 금리인하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금통위의 결정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금리문제는 금통위의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정부로도 모자라 정당 까지 나서서 금리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은 총재의 금리에 관한 의견 개진도 보다 절제돼야 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